고부스탄을 떠난 우리는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였던 쉐키로 향했다.
세키는 바쿠에서 북서쪽으로 325㎞ 떨어져 있는 캅카스산맥 남쪽 능선에 포근하게 자리하고 있다.
인구 9만 명의 작지 않은 도시는 낮은 산과 짙은 녹음이 둘러싸고 있어 거대한 숲 속에 들어선 듯 평온하고 싱그럽다.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마을’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포풀러 나무들과 산속에 포근히 안긴 동네들
세키 여행은 도심 동쪽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칸의 여름궁전부터 시작한다.
궁전은 1762년 칸의 집무실로 건축됐는데 주변으로는 겨울궁전과 가족 거주지,
하인의 집 등 건물 40여 채가 있었다고 전한다. 물론 지금은 여름궁전만 남아 있다.
두께 2m의 육중한 성벽의 문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왼쪽으로 높은 담에 둘러싸인 궁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궁전 대문에 들어서면 2층짜리 직사각형 건물이 있고, 건물 중앙에 분수대까지 이어지는 돌길이 조성돼 있다.
또 건물 바로 앞에는 궁전보다 200년은 오래됐다는 플라타너스 두 그루가 서 있다.
궁전의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낙담하기엔 이르다.
궁전은 규모가 작지만, 극도의 화려함을 경험할 수 있다.
층마다 중앙에 창문이 7개씩 있는 건물의 정면은 청록색과 황토색,
하늘색의 기하학적 무늬와 꽃 그림을 표현한 타일로 덮여 있고,
창문 양쪽의 입구와 테라스는 반짝이는 은빛 아치로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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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서면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벽면이 온통 다양한 색깔의 화려한 꽃과 나무, 화병, 기하학적 무늬로 덮여 있다.
내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섀배캐’(Sebeke)라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다.
유럽의 오래된 성당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아름다운 문양이 창에 담겨 있다.
어두운 실내에서 바라보는 창문의 화려함에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다
그러나 실내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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