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꽃 진달래
고향의 꽃 진달래
이른 봄 남도에서 간간이 전해지던 꽃소식이 드디어 4월이 되면, 모든 대지 위에서 한꺼번에 꽃을 피워 올린다.
매화 산수유를 비롯하여 흐드러진 벚꽃과 우아한 목련까지 천지가 꽃 대궐이다.
그러나 꽃이 흔하지 않던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야산에 핀 개나리, 진달래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봄꽃이었다.
가난하고 힘들던 시절, 허기를 달래려고 참꽃을 따서 먹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나 진달래로 담근
두견주와 화전을 부쳐 먹었다던 선조들의 글이 아니더라도 진달래는 봄을 상징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꽃이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김소월의 시와 노래로 더욱 익숙해진 <진달래 꽃>은 우리에게 별로 그득하지도 않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고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한다.
그러나 요즘은 산에 가도 예전처럼 진달래꽃을 많이 볼 수가 없다.
숲이 울창해지고 수종이 바뀌면서 야산에 자생하던 진달래도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고,
우리도 화려한 봄꽃에 눈이 홀려서 차츰 진달래를 잊어갔다.
그러다가 작년에 부천 원미산에서 진달래 축제를 한다기에 보러 나섰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특성화를 위해 진달래를 얼마나 공들여서 심고 가꾸었는지
야트막한 산이 온통 분홍색으로 불타고 있었다. 때마침 꽃의 개화시기를 잘 맞추어 간 덕분에
우리는 얼굴마저 진분홍색으로 물들 것처럼 진달래 꽃 속에 하루 종일 파묻혀 있다가 왔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노랫말처럼 눈앞에 분홍색이 어른거렸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고향의 꽃 진달래. 올 봄에도 그대를 잊지 않고 꼭 만나러 가리다
< 불교 > 2014, 4월호 포토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