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우음도 연가

아네모네(한향순) 2014. 6. 6. 09:13

 

 

순이 고물고물 돋아나던 연녹색의 계절이 가고 초록의 계절인 6월이 오면 절기로는 여름이 시작된다. 숲은 무성해진 나무들로 몸살을 하고 그때 쯤 나른해진 몸과 마음을 바람에 깨우기 위해 우음도를 찾는다. 그곳에는 늘 바람이 많다. 또한 이맘때쯤이면 광활한 들판을 솜털처럼 하얗게 뒤덮는 삘기 꽃을 보기 위해서이다. 삘기는 어릴 때 풀피리를 만들어 불던 띠 풀인데 요즘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풀이기도 하다.

 

우음도(牛音島)는 원래 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섬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지금은 육지로 변해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위치한 광활한 지역이다. 1994년 시화호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섬이 육지로 변한 곳이며, 그 인근의 바다도 모두 육지가 되어 삘기가 우거진 황량한 초지가 되었다. 그동안 이곳에는 공룡알 화석지도 생기고 앞으로 개발이 될 송산그린시티 전망대도 생겼지만 아직도 넓은 들판에는 홀로된 나무들이 띄엄띄엄 서있고 억새와 삘기가 우거진 야생의 땅이 된 것이다.

 

 

그래서 외로운 분위기를 즐기는 연인들이나 사진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이곳을 찾기 시작한 것도 사진을 찍기 시작한 5년 전 부터이지만 일 년에 두어 번 정도는 꼭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도 메마른 땅에는 소금기가 남아있어 날씨가 가물 때면 하얀 소금을 뱉어내어 얼룩무늬를 만든다.

 

바람이 아무 거리낌 없이 나무를 흔들고 억새와 잡초를 마구 헤집어 놓고 다녀도 흔적이 남지 않는 외로운 땅. 그곳에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하루 종일 늪지를 쏘다닌다. 가끔은 고라니나 야생동물들도 만나고 발이 빠지기도 하지만 콘크리트 숲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마음을 치유 할 수 있고 몸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고마운 땅이기도 하다

 

 

 

월간 <불교> 6월호 포토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