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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피는호수

아네모네(한향순) 2014. 11. 4. 19:54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

                                            

                                                                                                                                                                                         한 향 순

 

늦가을이 되면 가고 싶은 곳이 있다. 그리움처럼 몽환적인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가의 아침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날, 안성에 있는 고삼저수지에 가면 뽀얀 안개 속에 섬처럼 군데군데 떠있는 좌대가 보이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나룻배도 있다.

십사 년 전, 김기덕 감독의 <>이라는 영화로 유명해진 고삼저수지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물안개의 명소이다.

물안개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날 아침에 생기는 현상인데, 주로 늦가을에 많이 생긴다.

 

분홍빛으로 하늘이 물들면서 일출이 시작되는 새벽, 잔잔한 수면위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물안개를 보고 있으면 몽환적인 풍경 속에 마치 내가 섬에 와있는 것 같다.

환한 대낮에 보면 지저분하고 오물로 얼룩진 낚시터의 좌대와 주변 풍경들이

뽀얀 안개에 가려 그저 환상적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는 물위에 떠있는 좌대에서 밤을 지새웠는지 낯선 남자가 부스스 문을 열고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이라는 영화에서 보았던 주인공처럼 세상을 등지고 섬으로 숨어든 외로운 사람은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정현종의 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라는 말처럼 호수 속에 고립된 공간은 누구도 가까이 갈수 없는 섬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세상 속에서 상처를 입는다.

모두들 마음속에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화려한 모습만 수면위로 내보이고 있다.

그 표출된 모습들은 멀리서 보면 모두 아름다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상처를 보이지 않으려고

서로 멀리 떨어져 단절되어 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는 정호승의 시처럼 늦가을,

외로움을 덜기 위해 가까운 섬에나 가 볼까나.

 

 

 

 

< 불교> 2014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