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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보석 고드름

아네모네(한향순) 2018. 2. 14. 21:00



투명한 보석, 고드름

 

지난 세모에 산사에 갔다가

푸짐하게 쏟아지는 눈과 함께,

처마에 매달린 투명한 고드름을 만났다.

겨우내 평평 쏟아지는 함박눈을 머리에 이고

험한 추위를 견디며 제 키를 키워가는 고드름.

햇볕을 만나면 제 몸을 녹여 수정 같은 눈물을 흘렸다.

누구나 한 세상 살다보면 평생 가슴에

녹지 않는 고드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올해는 따뜻한 말과 눈빛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오래 품었던 시리고 날선 고드름 하나 녹여 볼까나.

 

한 향 순 (수필가, 사진작가)

 



2018년 2월호 < 좋은수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