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마중물
아네모네(한향순)
2018. 8. 19. 20:45
마중물
옛집 앞마당에는 수도 대신 펌프가 있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들어와 펌프질을 하려면
아무리 급해도 마중물 한바가지를 부어야 물이 올라왔다.
혼자서는 아무리 힘을 써도 제구실을 못하던
펌프도 마중물을 만나면 신이 나서 넘치도록 물을 끌어 올렸다.
무더운 여름날 갈증을 풀어줄 펌프가 있다면
나는 그에게 마중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한 향 순 (수필가, 사진작가)
2018년 8월호 <좋은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