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의 북쪽
안도현
흔들리는 몇 송이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본 적 있는가?
흔들리기는 싫어, 싫어, 하다가
아주 한없이 가늘어진 위쪽부터 떨리는 것
본 적 있는가? 그러다가 꽃송이가 좌우로 흔들릴 때
그 사이에 생기는 쪽방에 가을햇빛이
잠깐씩 세들어 살다가 떠나는 것 보았는가?
구절초, 안고 살아가기엔 너무 무거워
가까스로 땅에 내려놓은 그늘이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 하나같이 북쪽으로
섧도록 엷게 뻗어 있는 것을 보았는가?
구절초의 사무치는 북쪽을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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