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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 ( 인연의 끈)46

인연의 끈 작가의 말 한 향 순 온 세상이 몹쓸 병균 때문에 힘들고 답답하던 날들이 쌓여 시간을 도둑맞은 것처럼 열 달이나 흘렀다. 그동안 손발이 묶인 것처럼 무력하게 지내다가 세 번째 수필집을 묶어볼 용기를 내게 되었다. 2007년에 첫 번째 수필집를 내고, 2013년에 두 번째 수필집를 묶었으니 2019년에 출판한 ‘한향순의 포토기행’를 제외하면 수필집으로는 7년 만에 엮는 세 번째 수필집이다. 은 내 인생 후반기에 찾아 온 여러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곱게 갈무리하고 싶은 열망을 담았다. 불가에서는 인(因)은 직접적인 원인이고 연(緣)은 간접적인 원인으로 일체만물은 모두 상대적 의존관계에서 형성된다고 한다. 말하자면 인연은 하늘이 만들어주지만 그것을 이어가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고 한다. 또한 사람사이에 인연.. 2020. 10. 23.
새들의 천국 새들의 천국 한 향 순 뉴질랜드 서쪽해안이자 오클랜드 북쪽에 있는 무리와이 비치는 거친 파도와 검은 모래해변으로 유명하다. 또한 영화 ‘피아노의’ 촬영지이기도 하며 ‘가넷’이라는 새들의 서식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 가족이 해변에 다다르니 듣던 대로 모래가 검은색인 검은 해변이 나왔다. 오래전 인상 깊게 보았던 ‘피아노’의 촬영장소라고 하여 유심히 둘러보니 넓은 해변에 피아노가 덩그러니 놓여있던 인상 깊은 장면이 떠올랐다.. 차에서 내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선인장 종류인 용설란이 꽃을 피워 가로수처럼 늘어져있고 왜가리 비슷한 큰 새들이 어슬렁거리는 것이 눈에 띠었다. 언덕 위에는 군데군데 전망대 같은 데크를 만들어 놓았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평평한 언덕과 바위 위에 수많은 하얀 점들이 보였다.. 2020. 9. 13.
밥을 함께 먹는 일 밥을 함께 먹는 일 한 향 순 얼마 전에 오랜 친구와 밥을 함께 먹었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궁금하던 터라 약속을 잡았는데 식당이 두 사람의 중간지점인 서울시내에 있는 곳이었다. 가족들에게 그 말을 하였더니 모두 난리였다. 코로나로 모두 조심스러운 요즘에 급한 용무도 아니고 복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들끓는 인파속에서 꼭 밥을 먹어야 하느냐고 극심한 반대를 하는 것이었다. 하기는 요즘 조금 수그러들었던 코로나19가 다시 위세를 떨치며 사람들을 위협하곤 한다. 느슨해진 사회분위기 속에 경제활동도 조심스레 재개되었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나라에서 돈도 풀어 경직되었던 사회분위기도 조금씩 풀리다보니 술집이나 노래방등 유흥업소에서 코로나 전파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혼자 살고 있는 친구는 폐쇄된.. 2020. 9. 13.
마그마가 꿈틀거리는 불의 땅 마그마가 꿈틀거리는 불의 땅 한 향 순 뉴질랜드 북섬은 아직도 땅 밑에 마그마가 꿈틀거리는 불의 땅이다. 작년에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호주로 오자마자 화이트섬의 화산폭발로 많은 관광객과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인지 북섬 어딜 가나 뜨거운 분화구나 간헐천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 북섬 로토루아 남쪽 온천 지역에 있는 와카레와레와는 원주민 마오리족이 살고 있는 민속마을이다. 마오리족들은 옛날부터 이곳에서 계속 살아왔고, 생존과 요리를 위해 지열 활동을 이용해 왔다. 마을입구를 지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마을로 들어서자 역한 유황냄새가 났다. 마을 전체가 알카리성 염화온천지대로 아직도 뜨거운 물을 뿜어내는 500개의 풀과 65개의 분출구멍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지열을 이용하여 땅속에서 항이라는.. 2020. 7. 8.
낭만의 모래섬에 가다 낭만의 모래섬에 가다. 지난 해 겨울, 아들이 살고 있는 호주의 브리즈번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스트라드브르크”라는 섬에 가게 되었다. 이 섬은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모래섬이며 호주의 자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섬이다. 그곳은 4년 전에도 한번 다녀온 적 있는 곳인데, 너무 아름다운 곳을 성급하게 다녀온 아쉬움에 이번에는 좀 더 여유롭게 돌아보고 환상적인 풍경을 즐기기 위해 다시 가게 되었다. 아들네 4식구와 딸, 우리부부까지 대가족이 한차로 출발을 하여 클리브랜드 선착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한참을 가다가 드디어 “스트라드브로크 아일랜드”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갈색호수인 “브라운 레이크”를 가기 위해 네비게이션을 켰다. 그러나 네비는 자꾸 이상한 길로.. 2020. 6. 11.
영화속 추억의 명소를 찾아서 영화 속 추억의 명소를 찾아서 한 향 순 뉴질랜드하면 청정하고 깨끗한 자연과 천혜의 아름다운 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 나라로 유명하다. 작년 12월 아들이 살고 있는 호주에 갔다가 온 가족이 함께 뉴질랜드를 여행하였다. 십여 년 전에 뉴질랜드 남 섬을 돌았기에 이번에는 북 섬을 보기로 하고 차로 구석구석 여행을 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영화 속의 추억의 명소를 찾아가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였다. 처음 ‘나니아 연대기’를 촬영했던 캐시드럴 코브를 가기로 하고 우리는 코로만델로 행했다. 사파이어 빛의 바다를 보며 해변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푸른 초원에 양떼와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그림 같은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캐시드럴 코브는 코로만델 반도에 있는 해변으로 풍광이 아주 아름다운 곳이며, 죽기 전에 .. 2020. 3. 21.
산불 2020년 봄호 <에세이 문학> 산 불 한 향 순 오늘도 TV 뉴스에서는 호주의 산불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호주의 산불은 지난해 11월에 발생해 두 달 넘게 꺼지지 않고 있으며, 호주 국토 중 5만㎢가 잿더미로 변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82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1400여 채의 가옥도 .. 2020. 3. 21.
다른 사람에게 갚아라 계간수필 <2020년 봄호> 다른 사람에게 갚아라. 한 향 순 아침에 신문을 읽다가 김형석 선생의 ‘100세 일기’가 눈에 띄었다. 올해로 100세를 넘긴 노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선생은 아직도 왕성하게 강의를 하시고 글을 쓰고 계시다. 그 끊이지 않는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 2020. 3. 8.
멘토같은 친구에게 에세이 21, <2020년 봄호> 멘토 같은 친구에게 한 향 순 본희엄마~ 벌써 한 해가 저무는 세모에 서있습니다. 대망의 밀레니엄 시대를 맞는다고 떠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며칠만 지나면 2020년이니 새삼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 됩니다. 나이로도 몇 년이나 위이고 선배인 당신의 호칭을.. 2020. 3. 8.
신비한 데칼코마니 아름답고 신비한 데칼코마니 한 향 순 우리 일행은 그랜드티턴국립공원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 달려서 가까이에 있는 잭슨시에 도착하였다. 미국 와이오밍 주에 있는 잭슨시는 그랜드티턴과 옐로스톤으로 이어지는 관문의 작은 도시이다. 그랜드티턴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유명해진 이곳의 관문 역할은 잭슨 홀에서부터 시작된다. 관광을 시작하기 전 쉬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과 숙소 등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스키를 타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곳곳에 스키장이 잘 설치되어 있고, 또한 카우보이를 사랑하는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 요즘도 카우보이 복장을 한 남자들이 마차에 관광객을 태우고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 시내 중심에 있는 공원의 입구에는 엘크 뿔로 만.. 2020. 1. 15.
야생의 땅 밤섬 이야기 야생의 땅, 밤섬이야기 한 향 순 섬이 밤처럼 생겼다하여 이름 붙여진 밤섬은 오십여 년 전. 여의도의 한강개발 사업에 따라 폭파되었다. 밤섬에는 그때까지 62세대 443명이 살면서 고기잡이와 조선업, 약초 재배나 가축을 길렀으나 여의도 개발 때 모두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자락으로 이주했다. 그래서 밤섬은 지금도 마포구 창전동에 속하며, 서강대교가 관통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섬의 총면적은 24만여㎡이지만 퇴적물에 의하여 섬의 면적이 매년 커지고 있다고 한다. 마포팔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뛰어난 풍광을 자랑했던 밤섬에서 살던 실향민들에게 일 년에 한번, 고향땅을 밟게 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실향민들이 옛 삶터를 방문하여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아쉬움을 달래고 조상들에게 제를 올리기 위해서이다. 우리.. 2019. 11. 25.
손의 표정 2019년 11,12 그린에세이 < 손의 표정> 손의 표정 한 향 순 명치끝에 깍지를 끼어 맞잡은 두 손은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뭉툭한 손가락에는 마디마다 매듭이 지고 온통 주름투성이의 손은 노동의 흔적과 살아온 오랜 연륜을 말해주듯 아주 고단해 보였다. 그 옆에 단호하게 꽉 쥔 .. 2019.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