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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 ( 인연의 끈)46

실종된 기억 실종된 기억 한 향 순 어머니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은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어머니 여기가 어디예요?”라고 물으면 어느 때는 “병원이지.” 라고 정답을 말하다가도 금방 “글쎄 여기가 어디지?”라며 모른다는 듯 머리를 흔드신다. 올해 94세인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2017. 9. 15.
어머니의 봄 어머니의 봄 한 향 순 어느덧 4월이다. 거리에는 꽃들이 피어나고 마른나무 가지에서도 파릇파릇 연녹색 이파리들이 꼬물꼬물 터져 나오고 있다.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이 다시 오고 바뀌는데, 인생의 봄은 어찌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지 심란한 요즈음이다. 오늘도 삭정이처럼 마른 어.. 2017. 5. 9.
추억을 돌려드립니다. 추억을 돌려드립니다. 한 향 순 전철 안에서 잠깐 졸았나 보다. 몽롱한 분위기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들려왔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하얀 설원에서 어떤 남녀가 재미있게 눈싸움을 하는 장면이 보이다가 가뭇없이 사라졌다. 이것이 무슨 상황일까 정신을 가다듬고 귀를 기울여 본다. 오래.. 2017. 3. 26.
올케의 젖은 손 올케의 젖은 손 한 향 순 목탁소리와 함께 염불을 하는 스님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크게 느껴진다. 요즘 허리가 많이 아파서 법당에 앉아 오랜 시간을 어떻게 버틸까 걱정을 하고 왔는데, 세월이 변해서인지 법당 안에도 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 오늘은 친정어머니 제삿날이다. 그동안 제.. 2017. 3. 26.
바다가 거기에 있었다. 바다가 거기에 있었다. 한 향 순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성난 바다의 모습이 TV화면을 가득 채운다. 파도가 방파제를 뛰어넘어 차도를 덮치는 모습과, 격랑 속에 소용돌이치는 바다의 모습은 먹이를 앞에 놓고 으르렁 거리는 짐승을 연상하게 한다. 그것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던 바.. 2016. 12. 21.
파일럿피시 파일럿피시 한 향 순 며칠 전에 TV 화면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거세게 시위를 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이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 그냥 화면을 돌리려다가 멈칫했다. .. 2016. 9. 7.
간절한 소망 간절한 소망 한 향 순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병원 예약시간은 다가오는데 교통체증으로 차들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비가 와서 차가 밀릴 것을 계산하고 미리 집을 나왔는데도 도로공사까지 겹쳐서 차들은 거의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마음은 조급하고 애가 타는데도.. 2016. 7. 20.
선입견과 편견 선입견과 편견 한 향 순 수영장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어디서 본 듯한 남자를 만났다. “아 며칠 전, 제 수경을 고쳐주신 분이죠? 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수영장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서 얼른 알아보지 못했지만 전날 표현하지 못한 고마운 마음을 남자에게 전했다. .. 2016. 3. 21.
서생원의 변 서생원의 변 한 향 순 우리가 자라던 어릴 적에는 어른들이 나이를 물어보면 무슨 년 생 몇 살이라는 12간지의 띠까지도 말하곤 했다. 요즘은 아이들은 자기가 태어난 해의 띠를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몇 살부터인지 모르지만 내가 무자(戊子)생이고 쥐띠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 2016. 2. 18.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한 향 순 올해도 그곳에는 어김없이 과꽃이 피어있었다. 과꽃은 진분홍과 보라색이 골고루 섞여서 정말 꽃밭 가득 예쁘게 피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이맘때면 과꽃을 보려고 집에서 가까운 민속촌에 들리곤 했다. 그곳에 가면 사라져가는 풍습이나 옛것을 만.. 2015. 12. 27.
당신은 행복한가요? 당신은 행복한가요. 한 향 순 어느 날 신문에서 에세이 한편을 읽었다. 서로 다른 종교의 길을 걸어갔던 두 친구가 40여년 만에 만나기로 하고 재회를 기다리며 쓴 글이었다. 두 친구는 같은 신학교에서 신부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으며 친해졌다고 한다. 한창 피가 뜨거웠던 청춘의 그들.. 2015. 12. 27.
오래 된 인형 오래 된 인형 한 향 순 맑은 하늘에 연신 아이들의 웃음이 까르르 터진다. 손자들과 떠나온 여행길에서 두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한시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장난치고 웃고 떠들곤 한다. 하기는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고 장난기가 많은 아홉 살과 열두 살, 사내 녀석들이니 그.. 2015.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