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모음/수필집(한줄기 빛을 찾아서)37

은총 은총 소녀는 어려서부터 늘 병약했다. 10살 때, 콜레라를 앓아서인지 체구도 또래보다 작았고 오랜 지병인 천식까지 가지고 있어 늘 힘들어했다. 그러나 성격만은 단순하고 유쾌한 아이였다. 가난한 방앗간집의 맏딸로 태어난 소녀는 동생들을 돌보느라 학교도 다니지 못하여 문맹이었고.. 2012. 12. 21.
미로 속의 도시 미로 속의 도시 골목은 뒤엉킨 실타래 같았다. 겨우 두어 명이 지나칠만한 골목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자칫 길을 잃어버릴까봐 잔뜩 긴장이 되었다. 거기에다 짐을 실은 노새나 망아지가 지나치기라도 하면 부딪치지 않으려고 벽에 바짝 붙어있어야 했다. 시간이 정지된 듯 1200년 전 모습.. 2012. 12. 21.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몇 해 전,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라는 연극을 보았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자세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연극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급히 길을 떠난다. 그런데 갑자기 내린 폭설 때문에 차가 하루 동안 눈 속에 갇히.. 2012. 12. 21.
지신밟기를 하는 마음으로 지신밟기를 하는 마음으로 요사이 기승을 부리는 폭염으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어쩌다 겨우 잠이 들다가도 열어놓은 창문사이로 벼락을 치는 것 같은 함성 때문에 간간이 잠을 깨기도 한다. 밤마다 올림픽 경기가 있어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나같이 스포츠.. 2012. 12. 21.
잠베지강의 일몰 잠베지 강의 일몰 우리 집 안방에는 사진 한 점이 걸려있다. 강물과 맞닿은 하늘이 노을에 불타고 있는데, 노랑과 주황색이 섞인 바탕에 붉은 빛이 적당히 몸을 섞고 있다. 또한 똑같은 풍경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강물에 비친 반영이 서로 대칭을 이루고 한쪽에는 검은 피부의 원주민이 .. 2012. 12. 21.
삶과 죽음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붉은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짙은 연기를 내뿜고 검은 잿더미를 흩날리면서 높게 쌓아놓은 통나무 더미가 활활 타고 있다. 다비식이 거행되는 동안 그곳에 모인 수많은 스님과 산등성이까지 까맣게 모인 추모객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타오르는 불길을 지켜보면.. 2012. 12. 21.
봄 바람 봄, 바람 봄은 잠자던 천지를 깨워 싹을 틔우고 생명을 잉태한다. 그러나 따스한 햇볕 안으로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오늘은 날씨가 따뜻하여 모처럼 강아지들을 데리고 뒷산 길을 오르니 오랜만에 나온 두 놈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두 .. 2012. 12. 21.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오늘따라 창밖의 바람소리가 예사롭지가 않다. 우리 집이 아파트 고층이어선지 “윙~윙”거리는 소리가 마치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크리프를 부르는 캐서린의 목소리처럼 음산하게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봄이 코앞인데도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고 찬바람은 앙.. 2012. 12. 21.
남에게 웃음을 주는 일 남에게 웃음을 주는 일 며칠째 벼르던 퍼머넌트를 하기 위해 미장원에 들렸다. 여전히 그곳은 나이든 손님들로 붐비고 칠십을 바라보는 원장님은 오늘도 건강한 웃음을 지으며 반겨주었다. 유난히 머리카락이 가늘고 숱이 없어 파마가 잘 나오지 않는 나는, 석 달에 한 번쯤 단골 미장원.. 2012. 12. 21.
가을 연가 가을 연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그동안 늦더위 탓인지 시월이 되고도 “덥다. 덥다.”했는데 갑자기 며칠 전부터 기온이 떨어지더니 오늘은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무언가 허전한 마음을 돋구어주었다. 어느새 가을이 그림자처럼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가끔은 저녁을 먹고 .. 2012. 12. 21.
두달 간의 추억 두 달간의 추억 무심코 방문을 열다가 빈방의 썰렁한 기운에 놀란다. 아직 치우지 못한 아이들의 장난감과 옷가지들이 눈에 띄고 잠버릇이 고약해서 이리저리 구르며 자던 녀석들의 귀여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호주에서 태어나 자란 손자들이 방학 중에 한국에 왔다. 저희 부모는 바빠.. 2012. 12. 21.
두번째 수필집을 발간하다. 책을 내면서 수필을 공부하고 쓰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수필은 나에게 생경하고 어려운 숙제입니다. 첫 번째 수필집 <불씨>를 출간한지 5년이 지났습니다. <불씨>에는 그동안 살아온 나의 삶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기억의 그물을 쳐놓고 삶의 씨줄과 날.. 2012.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