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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한줄기 빛을 찾아서)37

가을 연가 가을 연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그동안 늦더위 탓인지 시월이 되고도 “덥다. 덥다.”했는데 갑자기 며칠 전부터 기온이 떨어지더니 오늘은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무언가 허전한 마음을 돋구어주었다. 어느새 가을이 그림자처럼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가끔은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러 .. 2009. 10. 1.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오래 꿈꾸어 왔던 남미여행을 결행하게 된 것은 올해 갑년을 맞는다는 핑계였다. 고작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3주 정도의 패키지여행이지만, 여러 가지로 나에겐 큰 모험이었다. 우선 집안의 대소사를 피해 부부가 한 달 가까이 집을 비우는 것도 쉽지 않았고, 과연 체력도 버티.. 2009. 9. 13.
꽃은 피어 웃고 있고 꽃은 피어 웃고 있고 무대 위에 한 여인이 앉아 있다. 그녀는 검정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붉은 진달래 꽃다발을 앞에 놓고 처연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이윽고 천천히 팔을 들더니 자신의 마음을 몸짓과 얼굴 표정으로 표현한다. 꿈결인 듯 멀리서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가 다정하게 들려온다. “자장.. 2009. 9. 13.
손톱 밑의 가시 손톱 밑의 가시 드디어 그놈의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두 달 가까이 그렇게나 애를 태우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놈의 몸체는 불과 3mm도 안 되는 아주 작은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인가 궁금하여 핀셋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확연히는 모르겠고 그저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후련할 뿐이었다. “.. 2009. 9. 13.
떠다니는 갈대섬 떠다니는 갈대 섬 파란 물빛과 하늘빛이 너무 닮아 마치 하늘을 품고 있는 호수 같았다. 수평선 멀리 보이는 안데스산맥의 연봉들이 없었다면 어디까지가 호수이고 어디부터 하늘인지 얼른 분간이 되지 않았다. 남미 페루에 있는 티티카카호수는 해발 3800m상에 있는데, 지구상에서 하늘과 제일 가깝고.. 2009. 9. 13.
잃어버린 공중도시 잃어버린 공중도시 그 여인에겐 하루해가 짧기만 했다. 떨어질 위험을 무릅쓰고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밭에 옥수수나 감자 농사도 지어야 했고, 징징거리며 보채는 아이에게 물을 길어다가 양식을 장만해 주어야 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며 해가 뜨고 기우는 동안 태양신을 향해 그.. 2009. 9. 13.
그때 그시절 그때 그 시절 추억의 골목길을 지나 좁은 계단을 오르자 오래전에 보았던 산동네가 나타났다. 연탄과 등유를 파는 가게와 공중변소가 보이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달동네 집들이 거기에 있었다. 이렇게 좁은 방에서 어떻게 그 많은 식구가 기거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의 방에는 이불이 .. 2009. 9. 13.
누군가를 위해서 누군가를 위해서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잦았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우리나라도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는 징후라고 하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여름뿐 아니라 9월로 접어들면서도 맑고 쾌청한 하늘보다는 시커먼 구름을 몰고 오는 반갑지 않은 가을비가 오랫동안 찔끔거렸다. 한창 벼가 익고.. 2009. 9. 6.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 며칠 전 여행을 다녀오느라 비행기를 오래 탄 일이 있다. 지루한 시간을 대비하여 읽을 책도 꾸렸고 TV나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도 챙겼다. 그러나 그날따라 날씨가 나빠서인지 기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마구 요동을 쳤다. 기장(機長)의 양해를 구하는 안내 방송을 들어서 미.. 2009. 9. 6.
씨뿌리는 사람 씨 뿌리는 사람 눈부신 노란색의 태양이 빛을 발하며 후광처럼 떠오르고 있었다. 하늘도 온통 황금색으로 빛나고 흙을 파헤친 넓은 밭은 선명한 파란색과 흰색, 황토색이 섞여진 비현실적인 땅 같았다. 거기에 모자를 쓴 사내가 성큼성큼 활기차게 걸으며 씨를 뿌리고 있었다. 그 사내는 어떤 수확을 .. 2009. 9. 6.
그녀의 작품 그녀의 작품 오늘은 두 여사님들과 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다. 먼저 도착한 박여사가 “이것 제 작품인데요.”라고 수줍게 말하며 두툼한 상자를 내밀었다. 엉겁결에 받아들긴 했지만, 그 경황에 작품이라니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아 궁금하기만 했다. 상자의 겉모습만 보고는 전혀 무엇인지 예측 할 .. 2009. 8. 30.
힘을 빼는 일 힘을 빼는 일 요즘 매일 아침이면 나는 가방을 챙겨서 수영장으로 향한다. 물이 두렵고 싫어서 그렇게도 수영 배우기를 꺼려했는데, 의사 선생님의 권고로 할 수 없이 늦게나마 시작하였다. 열 살이 되던 해 여름, 아버지를 따라 바다에 나가 튜브를 타고 놀다가 물에 빠져서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그.. 2009.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