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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 ( 인연의 끈)46

빛을 찾아가는 여정 빛을 찾아가는 여정 한 향 순 선생님이 가신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러나 가끔 선생님을 컴퓨터 화면 속에서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선생님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는 것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고 꼭 어딘가에 계실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오늘도 사진파일을 정리하다가 하얀 .. 2015. 3. 6.
거목의 그늘 거목의 그늘 한 향 순 목을 한껏 뒤로 젖히고 키가 큰 소나무를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이 보이고 강한 햇빛이 나뭇잎에 교차되어 눈이 부셨다. 몸을 이리저리 낮춘 후에야 겨우 커다란 나무의 솔잎들을 자세히 올려다 볼 수 있었다. 듣던 대로 거목들은 푸르고 청정했다. 더구나 솔숲에 .. 2014. 12. 1.
폐선 폐선 한 향 순 늦여름의 열기가 아직 남아있는 오후,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려 바다에 나갔다. 작은 포구에는 썰물이 되어 검은 갯벌이 모습을 드러내고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작은 섬 뒤로 불그레한 노을이 조금씩 잠겨들고 있었다. 한낮에 따갑던 태양도 서쪽으로 기울며 점점 쇠락하.. 2014. 12. 1.
風馬 룽다와 타르초 풍마(風馬) 룽다와 타르초 한 향 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들이 빙 둘러 쌓여있는 천상의 고원 히말라야. 나무 한그루 없는 거친 황야에는 어김없이 오색 깃발 무더기인 룽다와 타르초가 위안처럼 꼭 나타나곤 한다. 정작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티베트의 풍경들을 TV로 보.. 2014. 5. 12.
인디언의 성지 인디언의 성지 한 향 순 이곳은 나바호 인디언의 신성한 성지(聖地)이다. 우리가 미국 애리조나 주의 붉은 모래사막을 한참 달려서 도착한 곳은 바로 인디언들의 보호구역 안에 있는 모뉴멘트 밸리이다. 이곳은 한때 서부영화의 산실이었고, 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Navajo) 족의 신성한 삶.. 2014. 3. 5.
삶의 여정 喜, 怒, 哀, 樂 삶의 여정 희(喜), 노(怒), 애(哀), 락(樂) 한 향 순 두어 달 전에 북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녀왔다. 그때의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특히 인상이 깊었던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비겔란 조각공원의 사진들을 다시 들춰본다. 십여 년 전, 잘 아는 지인이 쓰신 수필 중에 이공원에 세워져 있는 모.. 2014. 3. 4.
인연의 끈 인연의 끈 한 향 순 바람이 많이 불던 날 바다에 나갔다. 작은 포구에는 밀물 때인지 방파제 가까이로 물이 출렁이며 들어오고 있었다. 방파제 아래에는 긴 밧줄이 매어져 있었는데, 저 멀리에 배 한척이 긴 줄에 간신히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었다. 바닷물 속에 잠겨서 배를 지탱하고 있는.. 2014. 3. 4.
노인 자격증 노인 자격증 한 향 순 드디어 카드가 나왔다. 빨간 바탕에 황금빛 사각형 로고가 있고 영어로 커다랗게 G-pass 라고 쓰여 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면 영어 밑에 아주 조그만 글씨로 지 패스 우대용 교통카드라고 적혀있다. 카드를 받아들고 은행 문을 나오니 한낮의 따가운 햇.. 2013. 8. 31.
복병 복병 이번 감기는 정말 지독했다. 유난히 춥던 겨울이 꼬리를 감추고 드디어 기다리던 봄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었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혹한에도 잘 버티어 내던 몸이 긴장이 풀려서인지 심한 몸살감기를 거의 삼주 동안이나 앓았다. 그동안 열심히 병원에도 가고 약을 먹었는데도 차도.. 2013. 6. 24.
책들의 반란 책들의 반란 갑자기 어디에서 벼락 치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집안 구석구석을 살폈으나 주방에도 베란다에도 아무런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서재를 열어 보고는 기겁을 했다. 한쪽 벽면에 세워둔 책장들이 모두 엎어져서 방안 가득 책들이 .. 2013.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