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모음/수필집 ( 인연의 끈)

마그마가 꿈틀거리는 불의 땅

by 아네모네(한향순) 2020. 7. 8.

 

                                                     마그마가 꿈틀거리는 불의 땅

                                                                                        한 향 순

 

뉴질랜드 북섬은 아직도 땅 밑에 마그마가 꿈틀거리는 불의 땅이다.

작년에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호주로 오자마자 화이트섬의 화산폭발로

많은 관광객과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인지 북섬 어딜 가나 뜨거운 분화구나 간헐천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 북섬 로토루아 남쪽 온천 지역에 있는 와카레와레와는

원주민 마오리족이 살고 있는 민속마을이다. 마오리족들은 옛날부터 이곳에서 계속 살아왔고,

생존과 요리를 위해 지열 활동을 이용해 왔다.

마을입구를 지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마을로 들어서자 역한 유황냄새가 났다.

마을 전체가 알카리성 염화온천지대로 아직도 뜨거운 물을 뿜어내는

500개의 풀과 65개의 분출구멍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지열을 이용하여 땅속에서 항이라는 음식을 만드는데, 그 열로 옥수수도 쪄서 팔고 있었다.

마오리 촌장이자 안내인이 가까이 가면 위험하여 철책을 쳐놓았다며, 우리에게도 접근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곳에서 마오리족들은 싸움터에서 다친 상처를 치유하곤 했다고 한다.

또한 로토루아 근처는 화산지대라서 활화산 등정부터 간헐천등 많은 투어를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 가족은 레이디 녹스 가이저와 와이오타푸 온천지대를 보러갔다.

 

 

레이디 녹스 가이저는 하늘높이 솟구치는 간헐천인데 자연 현상이라기보다는

조금 인공이 가미된 가이저이다.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정하고 분화구 안에 비누를 넣으면 서로 충돌이 생겨서

보글보글 끓다가 최대 30미터 높이까지 물이 솟아오른다.

오래 전, 이 주변 근처에서 일을 하던 죄수에 의해서 발견 되었다고 하는데,

무서운 기세를 내뿜던 가이저들이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점점 약해지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로토루아와 타우포 중간에 있는 와이오타푸 지열지대에는 다양한 관람코스가 있다.

우선 이곳에 들어가면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와이오타푸는 마오리족 언어로 "성스러운 물"이라고 한다.

지열지대에 있는 간헐천 중에 <악마의 욕조 분화구>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정말 뽀얀 우유를 타놓은 녹색이었다.

길게 이어진 지열지대 골짜기에는 비취색이나 사파이어 빛깔의 풀도 있고,

<예술가의 파레트>라는 이름의 간헐천에는 신비한 색깔로 추상화를 그려놓은 듯하였다.

지열지대에는 여러 가지 색을 내는 광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노란색은 유황

적색은 산화철 녹색은 염화철, 흰색은 규소라고 한다.

 

 

 

이렇게 아직도 화산활동을 하는 지형 때문인지 북섬 곳곳에는 온천이 많았다.

물론 유료 입장하는 스파나 노천온천도 많았지만, 곳곳에 무료로 쓸 수 있는 재미난 온천들이 있다.

어느 날, 코르만델의 숙소에 도착하자 아들이 노천온천을 한다며 바닷가에 가자고 했다.

해변에서 수영도 아니고 온천을 한다니 믿기지 않았지만 가벼운 차림으로 따라 나서니

10분쯤이나 걸었을까 바다가 나타났다.이곳이 그 유명한 "코르만델 핫 워터 비치" 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해변에 모래구덩이를 파고 들어앉았거나 누워있었다.

바닷가 모래해변에서 뜨거운 물이 나와서 노천온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족도 빌려간 삽으로 조금 모래를 파니 뜨거운 물이 펑펑 솟아올라 뜨끈뜨끈한 온탕이 되었다.

모래찜질과 함께 해수탕을 하고나니 종일 쌓였던 피로가 저절로 풀리며 몸이 이완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밀물이 시작되면 그곳이 흔적도 없이 바다 속에 묻히기 때문에 썰물 때만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숲속에 온천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우리는 무작정 찾아 나섰다.

그러나 숲속을 아무리 뒤져도 계곡 외에는 그럴만한 곳은 안보이고

그만 돌아서 나갈까 하는데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을 만났다.

계곡 밑으로 작은 폭포가 있고 그 아래에는 커다란 웅덩이가 있었는데

여인들은 그리로 내려가서 깔깔거리며 놀고 있었다.

이곳이 반신반의 했던 케로센크릭 계곡온천이라는 것이다.

머쓱하게 구경만 하던 우리도 용기를 내어 하나 둘 계곡으로 내려가 보았다.

발로 모래를 문지르니 뜨거운 물이 솟구치고 마치 온탕에 들어온 것처럼

뜨끈뜨끈한 계곡에서 숲을 바라보며 찜질을 하니 황홀한 기분이었다.

 

 

뉴질랜드는 바다와 산뿐 아니라 강물이 흐르는 곳에도 온천수가 나와

쌀쌀한 날씨에도 강에서 온천욕을 할 수 있으며, 시설이 잘 된 유료 노천온천도 많았다.

그만큼 천혜의 지하자원을 이용하여 특급온천들을 개발한 것이다.

언제 지표면 아래에서 들끓던 마그마가 땅을 뚫고 터져 나올지 모르지만

원시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2020년 7,8월호 <여행문화>

'나의 글모음 > 수필집 ( 인연의 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들의 천국  (0) 2020.09.13
밥을 함께 먹는 일  (0) 2020.09.13
낭만의 모래섬에 가다  (0) 2020.06.11
영화속 추억의 명소를 찾아서  (0) 2020.03.21
산불  (0) 2020.03.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