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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 ( 인연의 끈)

새들의 천국

by 아네모네(한향순) 2020. 9. 13.

 

새들의 천국

                                                                                                                        한 향 순

  뉴질랜드 서쪽해안이자 오클랜드 북쪽에 있는 무리와이 비치는 거친 파도와 검은 모래해변으로 유명하다.

또한 영화 피아노의촬영지이기도 하며 가넷이라는 새들의 서식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 가족이 해변에 다다르니 듣던 대로 모래가 검은색인 검은 해변이 나왔다.

오래전 인상 깊게 보았던 피아노의 촬영장소라고 하여 유심히 둘러보니 넓은 해변에 피아노가

덩그러니 놓여있던 인상 깊은 장면이 떠올랐다..

 

 

                               차에서 내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선인장 종류인 용설란이 꽃을 피워

가로수처럼 늘어져있고 왜가리 비슷한 큰 새들이 어슬렁거리는 것이 눈에 띠었다.

언덕 위에는 군데군데 전망대 같은 데크를 만들어 놓았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평평한 언덕과 바위 위에 수많은 하얀 점들이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해안가 절벽에 갈매기 종류인 가넷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모두 알을 품고 있었다.

바닷새들은 거친 풍랑과 바람 속에서도 꿈쩍도 하지 않고 집을 지키며 앉아 있었다.

어느 놈은 알에서 깨어 엄마의 날개 밑에서 꼬물거리고 있었다.

언덕뿐 아니라. 높은 절벽위에도 새들이 빼곡하게 보금자리를 마련했는데,

둥지가 높고 험해서 오히려 천적의 먹이사슬에서 안전 할 지도 모르겠다.

 

 

호주 타스마니아로부터 3,000Km를 무리 지어 날아온 가넷 갈매기들은 뉴질랜드

무리와이 비치에 날개를 접고 평생 함께 하기로 한 짝을 만나 사랑을 하고 알을 낳는다.

이 새들은 행여 한쪽이 먼저 죽어도 정절을 지키며 끝내 혼자서 산다고 하며,

진흙을 물어다 둥지 테두리를 차곡차곡 쌓는다.

짝을 만나 사랑을 하고 알을 낳은 후에는 부부가 교대로 지극정성으로 알을 품는다.

거대한 해안 절벽에 줄을 맞춰서 꼼짝 않고 앉아서 알을 품고 있는 새들을 보면

놀라울 뿐더러 모진 바람에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하나가 알을 품고 있으면 한 놈은 집을 짓는지 지푸라기들을 물어다 새둥지를 보완하곤 한다.

우리는 경이로운 광경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해가 뉘엿해지자 언덕을 내려왔다.

 

 

뉴질랜드는 어느 나라보다 청정한 자연을 보존하고 있으니 산림뿐 아니라 새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자국민을 가리켜 키위(Kiwi)라고 부른다.

키위는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한다는 날지 못하는 새의 이름이기도 한데,

신이 내린 자연을 인간의 이름으로 부르며 사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번에는 북섬만 여행을 하였으나 십 여 년 전에 남섬을 여행한 적이 있다.

남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뉴질랜드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 더니든은

영국인들이 세운 도시여서 스코틀랜드의 흔적이 많이 배어있는 곳이며,

뉴질랜드에서 대학이 제일 먼저 생긴 도시라고 한다.

 

 

오타고 반도 가장 앞부분인 타이아로아 헤드에 가면 우리말로 신천옹이라 불리는 앨버트로스라는 새의 서식지가 있다.

희귀종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새인데, 유일하게 그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로열 앨버트로스 센터는 새를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쳐놓고 잡인의 출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앨버트로스를 보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앨버트로스는 1미터의 몸길이에 양 날개를 편 길이가 3~4m에 이르며

활공을 통해 날개 짓을 하지 않고도 오랫동안 비행한다.

매년 짝짓기 철이 되면 수많은 무리들이 한 곳에 모이지만 일생 동안 단 한 상대하고만 짝을 짓는다.

땅에서는 몸체가 커서 뒤뚱거리며 어린아이에게도 쉽게 잡히기에 '바보새'라는 별명까지 있는 앨버트로스.

이 뚱뚱해 보이는 새가 과연 날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폭풍우가 세차게 부는 날이면 앨버트로스는 위대한 비행을 시작한다.

한번 날개를 펼치고 날기 시작하면 날개를 퍼덕이지 않고도 일주일을 날 수도 있고

두 달 동안 계속하여 날아 지구를 한 바퀴 돌기도 한다는 하늘의 왕자이다.

큰 바람을 타고 비행하는 새이다 보니 신천옹이 하늘에 나타나면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으니

작은 배는 뱃머리를 돌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정말 운 좋게도 보기 힘들다는 신천옹을 구경한 후, 절벽 끝에서 푸르디 푸른 남태평양의

거센 파도가 부딪치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멋진 경치를 보며 사진을 찍었다.

 

 

북섬에서 인상 깊게 본 가넷 갈매기와 십년 전, 남섬에서 보았던 앨버트로스가

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새들의 천국인 뉴질랜드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과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모성애가 강한 새보다도 못한 비열한 행동을 볼 때,

뚱뚱한 새라고 놀림을 받던 앨버트로스의 멋진 비행을 기억하리라.

 

 

 

                                                         2020년 9,10월호 <여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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