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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 ( 인연의 끈)

신비한 데칼코마니

by 아네모네(한향순) 2020. 1. 15.

 

 

 

아름답고 신비한 데칼코마니

 

                                                                                                                                                               한 향 순

 

우리 일행은 그랜드티턴국립공원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 달려서 가까이에 있는 잭슨시에 도착하였다.

미국 와이오밍 주에 있는 잭슨시는 그랜드티턴과 옐로스톤으로 이어지는 관문의 작은 도시이다.

그랜드티턴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유명해진 이곳의 관문 역할은 잭슨 홀에서부터 시작된다.

관광을 시작하기 전 쉬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과 숙소 등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스키를 타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곳곳에 스키장이 잘 설치되어 있고,

또한 카우보이를 사랑하는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

 

 

요즘도 카우보이 복장을 한 남자들이 마차에 관광객을 태우고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

시내 중심에 있는 공원의 입구에는 엘크 뿔로 만든 네 개의 아치가 설치되어 있는데,

오랜 옛날부터 이 지역에 서 많이 발견된 사슴 모양의 엘크의 뿔만 모아서 만든 아치이다.

동물의 뿔로 이 정도의 아치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들이 여기에 살았다는 것인지 놀라울 뿐이다.

엘크의 뿔에 적혀 있는 '잭슨홀(Jackson Hole)'은 원래 골짜기 이름인데, 1943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잭슨시에서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이고 신 새벽에 일어나 한참을 달린 후,

그랜드티턴 산의 일출을 보기위해 뷰포인트에 도착하였다.

새벽이어선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우리는 오들오들 떨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일출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랜드티턴 산은 해발 4,196m12개의 연봉들이 병풍처럼 둘러 싸여있고 지각이 융기하여 생긴 거대한 로키산맥의 일부이다.

드디어 아침빛이 서서히 스며들자 무슨 동물의 얼굴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에 붉은 빛이 들어오고 하늘도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번에 들른 그랜드티턴국립공원은 미국 와이오밍 주 북서부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옐로스톤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국립공원은 기암괴석과 강이 맞닿아 있고 풍광이 좋아서

많은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았는데 한국에도 들어왔던 <쉐인>이라는 영화를 촬영한 곳으로 퍽 인상적이었다.

호수에서는 기온차이 때문인지 몽환적인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해가 뜨자 물안개가 더 많아졌는데 나중에는 앞이 안보일 정도로 짙은 안개에 사로잡힌 그

랜드티턴의 연봉들이 너무도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안개가 걷히고 한낮이 되자 그랜드티턴의 봉우리가 잘 보이는 호수를 찾았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어서인지 호수는 깨끗한 거울처럼 완전한 데칼코마니를 보여주었다.

그랜드티턴의 연봉들이 워낙 높아서인지 한여름인데도 산은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푸른 호수의 반영은 그 풍경을 뒤집어 놓은 듯 두 개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그랜드티턴 산을 최고봉으로 한 티턴 산맥은 지각이 융기해 생긴 거대한 단층산맥이다.

강물에 깎인 협곡을 따라 커다란 빙하들이 천천히 내려오면서 산맥을 가로 질렀다.

빙하는 산기슭에 이르러 녹기 시작했고, 위에서 실어온 암석과 토사가 그 자리에 쌓였다.

 

 

 

 

이 퇴적물을 모레인이라고 부르는데, 모레인은 대개 끝이 뾰족한 가문비나무와 크고 곧은 로지폴 소나무로 덮여 있다.

이 나무들은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다양한 크기의 빙하호 기슭에 줄지어 서 있다.

 호수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제니 호이지만 공원에서 가장 큰 잭슨 호는

스네이크 강을 가로질러 놓인 댐 때문에 생긴 호수이다.

공원의 크고 작은 강에는 물고기가 풍부하고 들소와 사슴, 영양 등이 떼를 지어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계절마다 가지각색의 들꽃들이 잇따라 피어나고, 어떤 들꽃은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안에는 20세기 초, 유타 주에서 멀리 와이오밍까지 이주를 해온 몰몬 교도들의 정착지가 있다.

이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자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지금은 집과 창고 등 살았던 흔적만 남아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선교사들이 많이 들어 온 몰몬 교도들에게는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어린 시절 동경하던 하얀 윗옷에 까만 제복을 입은 선교사들의 고향에 오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이곳 여행지의 인연은 그렇게 또 한자락 가슴 한쪽에 데칼코마니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20년 1,2 월호 < 여행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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