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감나무 아래서
김영준
삶의 감이 잡히지 않는 날
감나무 아래 선다
감나무 가지에 눈을 올리면 알 수 있을까
그런 기분으로
늦가을 햇살의 따뜻함도 잠시 젖혀 둔다.
비워가면서 채워간다는 홍시 두어 개
그러다 점점 점액질이 되었다가
마지막엔 물인 듯 흘러내려 묵묵히
하강하는 몸 짓들 보면
하향하여 묽은 똥이 되어가는 몸짓들 만나면
실은 채워가면서 비워가는 홍시임을 알겠다.
그래, 저렇게 소진하는 방법도 있음을
단단하게 익었다가 묽게 물이 되어 흐르고
끝내 거름이 되어가는 일도 있음을
그 몸 하나로 조용히 보이고 있다.
늦가을 햇살이
늙은 감나무에 닿아 마음 고즈넉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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