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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풍경)

감나무가 있는 풍경

by 아네모네(한향순) 2019. 11. 16.



늦가을 감나무 아래서

 

                    김영준

 

삶의 감이 잡히지 않는 날

감나무 아래 선다

 

감나무 가지에 눈을 올리면 알 수 있을까

그런 기분으로

늦가을 햇살의 따뜻함도 잠시 젖혀 둔다.

 

비워가면서 채워간다는 홍시 두어 개

그러다 점점 점액질이 되었다가

마지막엔 물인 듯 흘러내려 묵묵히

하강하는 몸 짓들 보면

하향하여 묽은 똥이 되어가는 몸짓들 만나면

실은 채워가면서 비워가는 홍시임을 알겠다.

 

그래, 저렇게 소진하는 방법도 있음을

단단하게 익었다가 묽게 물이 되어 흐르고

끝내 거름이 되어가는 일도 있음을

그 몸 하나로 조용히 보이고 있다.

 

늦가을 햇살이

늙은 감나무에 닿아 마음 고즈넉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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