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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삶의 여정 < 희, 노 애, 락 >

by 아네모네(한향순) 2013. 8. 18.

 

 삶의 여정 <,,,>

 

 

한 향 순

 

 

올해로 결혼 40주년이 되었다. 서로 다른 남남이 만나 같은 길을 보며 함께 길을 걸어온 지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기쁘거나 즐거울 때도 있었지만, 쓰러지도록 힘들어서 삶이 노엽고 슬플 때도 많았다. 그러나 동행이 있어 서로 위로하고 부축해가며 지금까지 걸어왔다.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큼의 길이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남은 삶의 여정은 더 힘들고 험난하리라 생각한다.

 

오년 전, 조그만 컴팩트 카메라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진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세월을 잊고 살았다. 그렇다고 사진 찍는 일이 그저 즐겁고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무엇이던지 처음에는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었다가도 알아 갈수록 힘들어 지듯이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새벽에 출사를 나가야하니 캄캄한 어둠을 뚫고 집을 나서야하고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오자면 어둠을 등에 지고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다. 더구나 장거리 출사라도 가게 될 때는 죄지은 사람처럼 식구들의 눈치를 살펴야했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좀 더 잘 찍고 싶은 욕심을 다스리는 일과 점점 무거워지는 카메라 장비도 힘에 부쳤다.

 

그러다가 얕은 책략을 생각해낸 것이 남편을 사진 취미에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예능계통에는 관심도 없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편이 쉽게 끌려 올 리가 없었다. 그러나 노후에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지다보면 대화도 많아지고 서로를 이해하기 쉽다는 둥 감언이설로 설득을 하여 결국 남편과 같이 사진촬영을 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던 장, 단점이 있게 마련이어서 함께 다니다 보니 밥 때 걱정 안하고 눈치 안보며 출사를 다닐 수 있어 편하긴 하지만 이것저것 신경 쓸 일도 두 배로 많아졌다.

 

그래도 서로 찍은 사진을 신랄하게 합평을 해주기도 하고 부족한 점을 알려주기도 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남편도 처음 망설이던 것과는 다르게 점점 사진에 재미를 붙이더니 빠르게 실력이 늘어갔다. 하기는 모르는 길을 혼자서 헤매는 것보다는 먼저 간 사람이 안내 해주는 길을 따라 사진을 배우다보면 훨씬 빠르고 쉽게 터득이 될 것이다.

 

올해는 결혼 40주년이 되는 해이자 남편이 칠순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공자는 나이 칠십을 종심(從心)이라 하여 <종심소욕 불유구 (從心所慾不踰矩)>라는 말을 했는데 70세에는 마음먹은 대로 행동해도 그다지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우리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큰일을 도모하였다. 그동안 열심히 찍어놓은 작품을 모아 부부 사진전을 여는 것이었다.

 

 

 

일 년 전부터 전시장소를 물색하여 대관 신청을 해놓고 전시할 작품들의 주제를 정하였다. 그리고 각자 그 주제에 맞는 작품들을 선별하였는데 그런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여럿이 하는 단체전시는 여러 번 해보았지만, 개인전은 처음이라 기획에서부터 사진출력과 액자 선정 등 준비과정이 모두 우리 몫이었다.

 

어느 때는 하도 힘들고 자신이 없어서 포기해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벌려 놓은 일이라 어쩔 수 없이 강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전시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거의 준비가 끝나 초대장을 발송하였는데. 때맞추어 호주에 있는 아들네 식구들이 들어왔다. 다행이 힘든 마무리 일들은 아이들이 도와주고 조언을 해주어서 드디어 부부 사진전시회 오프닝을 하게 되었다.

 

그날따라 폭염의 더위를 식히려는 듯 아침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다행이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서울에서 먼 장소에 날씨까지 궂으니 전시장을 찾아오시는 분들의 노고가 클 것 같아 마음을 졸였다. 전시회장 앞에 크게 써서 부친 제목 <삶의 여정 ,,,>이란 표제가 한눈에 들어오고, 전시장을 들어오자 맨 처음 눈에 띄는 벽면에 써 붙인 작가노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자연은 삶의 근원이자 원천입니다. 우리에게 한없는 생명력을 주고 우리를 조건 없이 품어줍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신비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삶의 여정에서 겪는 . . . .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예술은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꿈꾸어 봅니다.”

 

전시회 기간 동안 예상했던 것보다는 찾아주신 분도 훨씬 많았고 호평도 많이 들었다. 그것으로 그동안 힘들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모두 보상되고 우리의 삶의 여정 <,노애,>의 한 페이지가 다시 기록될 것이다.

 

 

 

 

 

 

                                                                  (2013 에세이 문학 동인지에 실린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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