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한 향 순
새해 새날 아침이다. 어제가 오늘 같은 유장한 세월 속에서 해가 바뀌었다고 새로울 일도, 별다를 일도 없는 나날이지만 그래도 새해에 대한 느낌은 조금 다르다. 후회되는 지난 시간들은 모두 리셋이 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핑계와 희망이 생겨서일까.
며칠 동안 몸까지 움츠려들게 하는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가까운 바다에 나갔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쓸쓸한 바다는 꽁꽁 얼어서 얼음 빙판이 되었고 묶어놓은 외로운 배한척이 날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어둡던 하늘에 분홍빛 여명이 감돌면서 차츰 날이 밝기 시작했다. 드디어 붉은 기운이 하늘을 휘감더니 눈부신 해가 불쑥 솟아올랐다. 일출의 빛은 이제까지 어두컴컴하던 하늘을 갑자기 환하고 따뜻하게 바꿔놓았다.
사람들이 새해에 거는 기대도 이런 따뜻함일 것이다. 어둡고 쓸쓸하고 상처받은 시간들은 꽁꽁 싸매어 어제라는 시간 속에 흘려보내고 새해에는 환하고 따뜻한 기운을 받아 움츠린 어깨를 펴보고 싶은 것이리라. 어둡고 궂은 날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도 새해에는 힘들고 어두웠던 기억들을 털어버리고 빗살처럼 내리는 햇빛 속에서 한껏 가슴을 펴보고 싶다.
그래서 매일 매일이 새롭고 나날이 발전한다는 뜻의 “일일우일신(日日又日新)”을 목표삼아 살아보리라. 그러나 범속한 사람에게 그런 경지가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나날이 새롭다는 것은 끊임없이 정진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부단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에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해주셨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느니라. 자기보다 잘난 사람한데도 배우고, 자기보다 못난 사람한테도 배워야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그 뜻을 잘 몰랐는데, 이제 조금씩 그 의미를 깨달아 가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월간 < 불교 > 2015년 1월호에 실린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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