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의 수피는 보통 시커멓고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유독 자작나무만은 하늘을 날던 천사가
차디찬 겨울산 속에서 흰 날개로 나무의 등걸을 칭칭 둘러쌓은 것 같은 흰 수피를 가진 나무이다.
닥터 지바고나 차이코프스키 같은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면, 광활하게 펼쳐진 설원에
쭉쭉 뻗은 늘씬한 몸매와 하얀 피부를 한껏 자랑하는 잘생긴 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자작나무는 '겨울 숲의 귀부인'이다. 늦가을이 되면 자작나무는 눈부신 흰색 나신(裸身)을 드러낸다.
북방에선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지붕 아래 태어나 자작자작 소리 내며 타는 껍질로 불쏘시개 삼고 그 껍질에 다시 몸을
싸 하늘로 보냈다고 한다. 개마고원 너머 여진족은 죽은 이의 영혼이 자작나무 숲에 머문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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