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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동,식물)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7. 29.

 

 

 

 

 

 

 

              나리꽃    

                             

                                      도종환

 

세월의 어느 물가에 나란히 앉아
나리꽃만 한나절 무심히 바라보았으면 싶습니다

흐르는 물에 머리 감아 바람에 말리고
물소리에 귀를 씻으며 나이가 들었으면 싶습니다

살다보면 어느 날 큰물 지는 날
서로 손을 잡고 견디다가도

목숨의 이파리 끝까지 물은 차올라
물줄기에 쓸려가는 날 있겠지요

삼천굽이 물줄기 두 발짝도 못 가서 손을 잃고
영영 헤어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또다시 태어나는 세상의 남은 생애를
세월의 어느 물가에서 따로따로 그리워하며 살겠지요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목이 길어진 나리꽃 한 송이씩 되어
바위 틈에서고 잡풀 속에서고 살아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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