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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포토기행(길에서 길을 생각하며)

붓다의 순수한 땅 미얀마

by 아네모네(한향순) 2015. 3. 18.

 

 

 

붓다의 순수한 땅 미얀마

 

한 향 순

 

미얀마 여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보니, 아는 정보라고는 우리에게 각인된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과 오랜 군부독재로 인하여 세계와 담을 쌓고 있던 은둔의 나라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도착해서 보니, 이 나라는 4년 전부터 정치와 경제의 개방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어느 곳보다 변화와 개혁의 물결이 빠르게 밀려들고 있는 나라였다.

 

불교문화의 오랜 전통을 온전하게 보존해 가고 있는 미얀마는 나라 전체에서 붓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든 도시에는 불탑이 수없이 많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부처의 미소가 환하게 피어 있다. 마치 먹고 숨을 쉬는 것처럼 기도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들에게 불교는 종교를 넘어 그들의 삶 전체인 것 같았다.

 

 

 

 

 

미얀마 제2의 도시이자 버마왕조의 수도였던 만달레이는 문화 종교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명의 스님들이 수행을 하고 교육시킬 수 있는 마하간디용이라는 커다란 수도원과 비구니를 교육시키는 수도원등, 수많은 불교 수도원이 산재되어 있는 곳이다. 미얀마는 불교 국가답게 거리 곳곳에서 이른 아침부터 탁발을 나온 스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탁발은 출가한 수행자가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하여 절에서 나와 발우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얻는 수행법을 말한다. 스님들은 탁발을 통해 아집과 아만(我慢)을 버리고 무소유를 실천하며 공덕을 쌓는다고 한다. 미얀마 사람들은 탁발을 나온 스님들에게 보시를 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침이면 의례히 돈이나 음식을 준비해서 탁발을 나온 스님들에게 일일이 나누어준다.

 

 

 

우리가 우연히 들리게 된 수도원은 비구니 스님들만 계신 곳이었는데, 옛날 기숙사가 딸린 여학교를 연상할 만큼 분홍 옷을 입은 비구니 스님들이 많았다. 그날이 바로 시험을 치르는 날이라는데, 진지한 얼굴로 시험을 치르는 스님들의 수줍어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헤어질 때는 아쉬워하며 수도원 문 앞까지 배웅을 나온 스님들을 보며, 우리의 어린 시절 5,60년대의 순수하던 모습들이 오버랩 되었다.

 

다음 행선지로 불교 성지인 짜익티오를 가기위해 수도 양곤에서 버스를 타고 6시간쯤 달렸다. 길 양옆으로 펼쳐진 드넓은 평야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산 밑에서 부터는 우리버스로 갈수 없기 때문에 그곳까지 가는 공용버스를 타야한다. 말이 버스이지 4톤 트럭에 판자를 대고 30여명이 걸터앉거나 서서 가는 차다. 그것도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모두 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트럭요금에는 생명보험이 포함되어 있다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니 마침 트럭이 기다리고 있어 높은 사다리를 이용하여 바로 탔지만 차는 인원이 모두 찰 때까지 무작정 기다린다. 이곳은 시간을 잊고 살아야 마음이 편한 곳이다. 트럭은 40분 정도 기다리다 드디어 출발했는데, 열대우림 숲속이지만 막상 우거진 밀림은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앞뒤 의자가 좁고 복잡한데다가, 오로지 평형감각으로 버티어야 하니 중심 잡기가 아주 어려웠다. 해발 1100미터 산위에 있는 바위 파고다를 보기 위해 생명보험료 까지 포함된 트럭을 타고 50분 정도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는 도중에 차가 3번 정도 정차를 했는데, 기도를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받기 위해서였다.

 

짜익티오도 다른 파고다와 마찬가지로 입구에서부터 신발을 벗고 입장하라고 한다. 따가운 돌 위를 맨발로 걸으며 앞을 바라보니 바로 미얀마 사람들이 제일오고 싶어 하는 곳, 짜익티오의 성스러운 황금불탑이 보인다. 커다란 바위 위에 우리나라 흔들바위처럼 생긴 다른 바위가 아슬아슬하게 얹혔는데 떨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그 바위에 황금색을 입히고 맨 위쪽에 파고다를 만들어 세웠는데,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만달레이에서 제일 큰 마하간디용 수도원에는 오전 10시쯤이면 탁발을 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공양의식이 거행된다. 수천 명의 스님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탁발을 하고 공양을 하는 모습은 경건하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하다. 그중에는 아주 어린 동자스님들도 많았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그들은 아이들을 거의 의무적으로 출가를 시킨다고 한다. 어릴 때 출가를 해서 잘 적응하는 아이들은 수행을 하여 스님이 되고 그렇지 못할 때는 다시 집으로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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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황금불탑을 향하여 기도를 드리는데, 늦은 밤까지도 기도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그치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대리석 바닥에 누워 자며 며칠씩 기도를 하는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온 식구가 같이 온 팀들도 있었다.

 

그곳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깊은 불심(佛心)이 착하고 순박한 국민성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미얀마는 치안걱정이나 소매치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극정성으로 부처를 섬기는 생활 속 풍경은 우리에게 경건한 마음을 심어주며 또한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어준다. 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거대한 불교 성지 앞에서 저절로 경건해지고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은 모든 종교의 힘이 아닐까한다.

 

 

 

<여행작가> 2015, 3,4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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