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고원의 나라 티베트
한 향 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신비한 고원의 나라 티베트. 히말라야 산자락에는 어김없이 오색 깃발 무더기인 룽다와 타르초가 바람에 펄럭이는 티베트의 풍경들을 TV로 보면서 마치 전생에 내가 살았던 고향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곤 했다.
티베트 고원은 대부분 해발이 평균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로 햇볕이 강하고 비가 적어 나무 한그루 보기 힘들다. 신도 외면한 메마르고 혹독한 기후와 황폐한 환경 속에서 사는 티베트인들은 오직 부처님께 의지하며 더 나은 내세를 꿈꾸며 살아가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그들의 발길이 닿은 곳에는 항상 알록달록한 오색 깃발의 룽다와 만국기처럼 펄럭이는 타르초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은 불교의 경전과 기도문을 적은 깃발로 청색은 하늘, 노랑은 땅, 녹색은 바다, 백색은 구름과 적색은 불을 나타내며 불성과 생명을 상징하는 우주만물을 의미한다.
룽다는 긴 장대에 세로 줄로 매단 한 폭의 기다란 깃발로,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바람을 박차고 달리는 말갈기와 비슷해서 바람의 말, 풍마(風馬)라고도 한다. 타르초는 오색의 네모난 깃발을 길게 엮어 바람에 날리게 한 것으로 얼핏 보면 초등학교 운동회 때의 만국기를 연상하게 한다.
티베트 인들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바람에 깃발이 한번 펄럭일 때마다 거기에 적힌 경전을 한번 읽은 것으로 생각하며, 깃발이 바람에 완전히 닳아 없어질 때까지 걸어 둔다고 한다. 룽다에는 “옴 마니 반메흠” 같은 만트라, 경문이 가득 씌어있다. 진리가 바람을 타고 세상 곳곳으로 퍼져서 모든 중생들이 해탈에 이르기를 바라는 티베트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것이다.
1950년 중국의 침공으로 수많은 티베탄들은 나라를 잃고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이나 인도 북부지역으로 이주를 했다. 중국에서는 티베트인들을 서쪽에 있는 장족, 즉 서장족이라 부르며 지역도 중국내 서장(西臟) 자치구라고 한다. 티베트의 수도였던 라싸도 지금은 거의 중국화가 되어 있고 현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던 만큼 높은 빌딩도 들어서고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라싸에서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포탈라궁과 조캉사원이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달라이라마가 거처하던 포탈라궁은 우뚝 솟은 홍산 위에 지어져 있어 라싸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궁전이다. 무려 4만 여 평에 이르는 13층 건물로 홍궁과 백궁으로 나뉘어 있는데, 홍궁은 종교적인 활동을 하던 곳이고 백궁은 정치적인 일을 관장하던 곳이다.
티베트인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순례자들의 코라 종착지인 조캉사원은 티벳불교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조캉사원이 있는 바코르 광장은 세계각처에서 모여든 관광객과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들로 늘 북적인다.
서장 자치구에 그대로 남아있는 티베탄들은 나라를 빼앗긴 울분과 모진 현실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궁금했는데, 그들의 삶을 엿보고 나자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티베트 사람들은 부처를 숭배하고 종교에 의지하면서 보다 나은 내세를 꿈꾸며 산다. 신산한 현실은 공덕을 쌓는 시간이며 혹독한 가난 또한 다음 생을 위해 선업을 쌓는 준비단계라고 여긴다.
눈만 뜨면 기도와 수행이 일상이 되고, 오체투지라는 가장 낮은 태도로 부처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처절한 염원이 그들을 척박한 환경 속에서 버티게 하는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조바심내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여유와 느림 속에서 순수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들을 보며 삶의 의미와 행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티베트를 가로지르는 얄룽창포강의 넉넉한 품속에서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지으며 혹독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 천장으로 죽어서까지 자기 육신을 독수리나 새들에게 보시하는 풍습을 지닌 순수한 민족이다.
고원지대라 어딜 보아도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만년설을 이고 있는 히말라야 설산들과 수많은 코발트색 호수가 있고 넓은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야크 떼와 염소들을 방목하고 있는 티베트.
그리고 부처님께 온 삶을 의지하며 힘들지만 순수한 삶을 이어가는 티베트 사람들을 보면서 삶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티베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알록달록한 오색 깃발 룽다나 타르초는 그들의 염원을 바람에 실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 간절한 도구인지 모른다.
2014년 11, 12 월호< 여행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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