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아름다운 불교의 나라
한 향 순
미얀마 여행을 결정하고 보니 아는 정보라곤 우리에게 각인된 버마 아웅산 폭파사건과 오랜 군부독재로 인하여 세계와 담을 쌓던 은둔의 나라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도착해서 보니 2011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이곳을 방문하여 정치와 경제의 개방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어느 곳보다 변화와 개혁의 물결이 빠르게 밀려들고 있는 불교의 나라였다.
우리는 밤늦게 수도 양곤에 도착하여 숙박을 한 후, 이른 아침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역사의 도시 바간으로 향했다. 바간은 1057년 아노리타 왕이 버마를 통일할 당시 바간 왕조의 수도였으며 그때의 영광이 지금까지 2,500여개의 파고다로 남아있다. 바간의 수많은 불탑들이 의미 있는 것은 포로와 노예들을 시켜 강제로 지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극진한 신앙심으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불심(佛心)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그 당시에 사람들은 탑을 만드는 것이 현세에서 최고의 공덕을 쌓는 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천년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올드 바간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도로포장이 안 되어있고 거리가 멀어서 도보로는 다니기가 어렵고 보통은 마차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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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른 아침 바간의 재래시장을 돌아보았다. 마치 6,70년대 우리나라 풍경과 비슷하였는데 순박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잘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인들이 머리에 무거운 짐을 이고 가는 모습이나 남자들이 물지게를 지고 가는 모습은 잊고 있던 향수를 자극하는 풍경들이었다. 우리 팀은 사진촬영을 위한 특수여행 팀이었기에 시장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를 담기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는데도 다행히 거부감을 나타내거나 찌푸린 얼굴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간에 있는 파고다를 차례로 돌아보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위엄이 있는 쉐지곤 파고다에는 부처의 치아 사리가 봉인되어 있어 보물 1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바간에서 제일 큰 땃빈뉴 사원과 아난다 사원을 돌아보고 일몰의 장소로 빼어난 쉐산도 파고다에 올랐다. 미얀마 여행은 맨발의 투어라고 할 만큼 모든 사원과 파고다는 꼭 맨발로 입장을 하여 처음에는 무척 곤욕스러웠다.
쉐산도 파고다의 가파른 계단 역시 맨발로 올라야했기에 따갑고 힘은 들었지만, 여행이 무르익을 즈음엔 맨발도 자연스럽고 편하게 느껴졌다. 이튿날 아침에도 쉐산도 파고다에 올라 태양과 함께 떠오르는 열기구의 일출 사진을 찍고 이라와디 강변에 있는 부퍼야 사원으로 향했다. 이라와디 강은 히말라야의 설산이 녹아 흘러든 물로 남북을 관통하는 미얀마의 젖줄이며, 이곳 사람들은 이 강을 성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우리는 이틀 동안 바간에 머물면서 강 주변에 사는 서민들의 생활상을 돌아보았다.
다음날 다시 바간에서 국내선을 갈아타고 만달레이로 향했다. 미얀마 제2의 도시이자 버마왕조의 수도였던 만달레이는 문화 종교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명의 스님들이 수행하고 교육시킬 수 있는 마하간디용이라는 커다란 수도원과 비구니를 교육시키는 수도원등, 수많은 불교 수도원이 산재되어 있는 곳이다. 미얀마는 불교 국가답게 거리 곳곳에서 이른 아침부터 탁발을 나온 스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탁발은 출가한 수행자가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하여 절에서 나와 발우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얻는 수행법을 말한다. 스님들은 탁발을 통해 아집과 아만(我慢)을 버리고 무소유를 실천하며 공덕을 쌓는다고 한다. 마하간디용 수도원에는 오전 10시쯤이면 탁발을 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공양의식이 거행된다. 수천 명의 스님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탁발을 하고 공양을 하는 모습은 경건하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만달레이에서 국내선을 갈아타고 헤호로 가서 버스로 나웅쉐 선착장에 내렸다. 헤호는 해발이 다른 곳 보다 높아 날씨가 별로 덥지 않고 쾌적하였다. 한번에 4명이 탈 수 있는 긴 보트를 타고 인레호수로 들어갔다. 인레호수는 총 길이가 22킬로미터나 되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담수호라고 한다.
주민들은 수상가옥에 살면서 물고기를 잡거나 물위에 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다. 그곳에는 한발로 노를 저으며 물고기를 잡는 인타족과 샨족 파오족 등이 있으며, 링 목걸이를 목이 휘도록 수십 개씩 하고 사는 카렌족도 있다. 그동안 덥고 피곤한 여행지만 돌다가 호수 가에 지어놓은 조용한 방가로에서 휴식을 취하니 호수처럼 마음이 가라앉으며 모든 피곤이 풀리는 것 같았다.
저녁에는 만달레이에서 풍광이 빼어난 우뻬인 다리로 갔다. 우뻬인 다리는 만달레이의 타웅타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1,2 킬로미터의 목조 다리로 우뻬인이라는 노인이 탁발하러 가는 스님들을 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서늘한 저녁이 되면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다리는 북적인다. 온통 붉게 물든 하늘과 목조다리 너머로 스러지는 일몰은 미얀마 사람들의 삶처럼 순박하고 애잔한 풍경이다.
다음 행선지인 짜익티오를 가기위해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다시 수도 양곤으로 왔다.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6시간쯤 달린 후, 다시 트럭을 갈아타고 산 위 꼬불꼬불한 언덕을 40분쯤 오르니 커다란 황금바위가 보였다. 바로 미얀마 사람들이 제일가고 싶어 하는 곳, 짜익티오의 성스러운 황금불탑이다. 커다란 바위 위에 다른 황금바위가 아슬아슬하게 얹혔는데 떨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만큼 희한한 모습이다. 그곳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깊은 불심(佛心)이 착하고 순박한 국민성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들른 미얀마의 영혼이라는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는 너무도 웅장하고 장엄하였다. 둘레의 길이가 426미터 높이 99미터의 황금불탑이 모든 미얀마의 문화와 역사를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거대한 불교 성지 앞에서 저절로 경건해지고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은 모든 종교의 힘이 아닐까한다.
에세이 매거진 < 다빈치 > 2014년 여름호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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