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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포토기행(길에서 길을 생각하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곳 바라나시

by 아네모네(한향순) 2013. 12. 18.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바나라시

 

수많은 사람들이 인도여행을 하고나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중심지가 바로 바라나시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기에 더 인도 여행을 하고 싶었고, 바라나시에 와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바라나시는 인도인뿐 아니라 모든 힌두교인들에게 으뜸가는 성지이며 전설보다 더 오래 된 도시이다. 네팔 국경을 넘어 인도로 들어오고 바라나시로 향하는 길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여행 내내 설사가 멈추지 않아 체력은 바닥이 나있었고 더운 날씨에 지쳐서 머리까지 멍해져 있었다.

바라나시는 힌두교의 7개 성지 가운데에 으뜸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곳의 진귀한 광경을 보기 위해 연평균 100만에 달하는 순례자가 끊임없이 갠지스 강에 모여든다. 순례자를 위하여 갠지스강변에는 길이 약 4km에 걸쳐 가트라는 계단으로 된 목욕장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 갠지스 강물로 목욕을 하면 그동안 지은 죄가 모두 씻어진다고 믿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강가에서 목욕을 하거나 그 물을 마시며 속죄의식을 한다.

 

 

갠지스강가에서는 거의 매일 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아르띠 뿌자라는 종교의식이 행해지는데 우리도 그 행사를 보기위해 자전거에 달린 릭샤를 타고 복잡한 바라나시 시내로 들어갔다. 릭샤에서 내려 가트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어디서 몰려들었는지 수많은 걸인들이 앉아 구걸을 청하고 있었는데, 죄를 씻으러 가는 순례자들의 감정을 묘하게 이용하는 것 같았다.

 우리도 배를 타고 출렁이는 강 위에 앉아서 뿌자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뿌자는 일종의 예배의식인데 어둠속에서 징과 북소리가 울리고 전면에는 여러 남자들이 횃불을 들고 휘두르며 춤을 추는듯하였다. 제대위에는 불을 환하게 밝히고 또 다른 건장한 남자들이 횃불을 들고 있다. 이국의 낯선 어둠속에서 신비스런 의식을 보고 있자니 종교를 초월하여 구원에 대한 염원은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라나시에는 1,50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힌두교 사원이 밀집되어 있으며 예로부터 힌두교 문화 및 그 연구의 중심지가 되어왔다. 비단 힌두교의 성지뿐만 아니라, 시크교 ·자이나교 ·불교 등에서도 성지로 삼고 있어서 각지에서 수많은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더구나 밤이 되면 길을 걸을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아서 일행을 잃어버릴까봐 신경을 바짝 써야했다. 교행에 구분이 없는 거리에 자동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자전거 릭샤까지 엉켜서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피하는 길목에는 소들이 유유히 거닐고 있어 그들의 느긋하고 흔연한 삶의 방식에 그저 놀라운 뿐이다.

갠지스 강은 힌두어로 강가(Ganga)라고 하며 생명의 강, 성스러운 강,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갠지스 강은 티벳 인도의 국경지역 히말라야 산맥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모여 2610Km에 이루는 거대한 물줄기를 만들어 중국, 인도와 네팔 그리고 방글라데시 등 4개국을 흐른다.

 

 

이튿날 아침, 갠지스 강의 일출을 보기 위해 우리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어제 밤에 왔던 다샤스와메드 가트로 왔다. 그곳에는 밤새 노숙을 했던 사람들이 많은지 뿌자를 드리던 제대위에 아직 누워있는 사람들도 있고, 성스럽던 어제와는 달리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강에 들어가 몸을 씻거나 어떤 의식을 행하며 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고 있었다. 그들은 어머니의 강물에 몸을 씻고 물을 마시면 7대의 죄가 모두 없어진다는 믿음을 갖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수많은 일출을 보아왔지만 보트를 타고 보는 갠지스강의 일출은 숙연하고 장엄했다. 분홍빛 여명이 사라지며 불쑥 떠오른 태양은 붉게 불든 갠지스 강을 비추며 모든 걸 감싸 안는 것 같았다. 그때 보트가 화장터 근처로 미끄러지듯 다가갔다. 화장터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시체를 태우는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소와 개들이 화장터 주위를 서성이고 검은 재 옆에는 마른 장작더미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갠지스강변에는 수많은 화장터가 있는데. 돈이 많은 부자는 백단나무로 화장을 해서 고운 재를 강에 뿌리지만, 가난한 사람은 장작을 살 돈이 없어 채 타지도 않은 시신을 그냥 강에 던진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친지가 죽으면 조의금 대신 장작개비를 유족들에게 준다고 한다.

 

 

 

놀라운 장면은 한 쪽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강에 뿌리고, 바로 옆에서는 강물에 몸을 씻고 심지어 마시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그들은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니고 같이 공존한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다음 생에서는 더 나은 신분으로 태어나기를 빌고 현재의 고달픔을 순순히 받아들이는가 보다.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삶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삶의 태도에서 나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 강에 육신을 놓아두고 영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삶의 종착역 갠지스 강. 그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디아라는 꽃불을 강물에 띄우며 나의 염원을 빌어본다.

 

 

 

                                                   

                                                              < 여행작가> 2014년 1,2월호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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