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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포토기행(길에서 길을 생각하며)

인디언의 성지

by 아네모네(한향순) 2014. 9. 12.

 

 

인디언의 성지

 

                                                                                                                                           한 향 순

 

미국 애리조나 주의 붉은 모래사막을 한참 달려서 도착한 곳은 나바호 인디언의 신성한 성지(聖地) 모뉴멘트 밸리이다. 이곳은 한때 서부영화의 산실이었고, 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Navajo)족의 터전이었다.

 

메마른 땅에 나무 한 그루 찾아 볼 수 없는 척박한 곳이지만, 오래 전부터 살아온 원주민들의 삶과 역사가 배어있는 곳이다. 멀리 보이는 웅장한 바위산을 뒤로 하고 한참을 달리니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에서 보았던 곧은길이 쭉 이어져 있고 눈앞에 신비하고 경이로운 자연이 펼쳐졌다.

 

 

 

 

원래 이 곳은 낮은 분지였는데 수천 년 동안 로키산맥에서 내려온 퇴적물이 쌓여 붉은색 사암이 되었고,

지각이 융기되면서 콜로라도 대고원지대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침식작용 때문에 고원의

표면이 점점 깎여 나가면서 붉은색 바위산이 광활한 평원 위에 솟아나서 저절로 신비로운 절경이 된 것이다.

 

 

미국은 원주민들과의 전쟁이 끝나자 그들에게 비옥한 땅이나 돈 등 여러 가지를 주겠다고 제안했는데,

나바호 부족은 오직 황무지의 땅 모뉴멘트 밸리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신이 주신 그들의 신성한 영토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관광수입에 의존한다는 인디언들은

아직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여행의 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전혀 모르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살아온 역사를 들으며

서로 공감하게 되는 것.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의 한 자락에 특별히 자리를 잡게 되는 기억들.

그런 것들로 인해서 마음이 촉촉해지고 감미로운 추억이 오래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에세이 매거진   < DAVINCI > VOLUME 6 에 실린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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