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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오래 전의 여행

중국의 상해 항주 소주 ( 2001, 6 )

by 아네모네(한향순) 2010. 1. 31.

 

 

출발하는 날 새벽부터 허둥대기 시작했다. 분명히 리무진 버스의 시간을 알아보고 나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아 다시 알아보니 버스시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출발시간에 늦으리라고 예상을 했는데, 1시간이나 더 늦어지는 바람에 겨우 비행기 출발 30분전에야

 

공항에 도착해서 일행인 친구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비행기에 올라보니 우리 패키지에 합류한 25명중 3사람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한 팀은 남편동료였던 k씨 부부와 또 한사람은 12년 전에 수필공부를 같이 하던 문우 L여사가 혼자서

 

여행길에 오른 것이었다. 서로 죽지 않으니 이렇게 다시 만나는구나하며 반가운 해후를 했다.

 

 

그 다음 찾은 곳이 상해 임시정부였다.

 

어느 뒷골목 허름한 이층집에서 당시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 애쓰시던 김구 선생의 동상과 그 당시 활동하던

 

독립투사들의 발자취가 어려 있는 곳이었다. 선조들이 사용했던 유품들을 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곳을 나와 도착한 곳은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투척한 홍구 공원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로신공원 이라고도 하는데 윤봉길 의사를 기념하는 매헌이라는 누각도 있었다.

 

그 두 곳을 다녀 나오며 우리는 암울했던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서 걸어 나오는 느낌이었다.

 

 

먼저 상해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내리니 후끈한 열기에 숨이 막혀온다.

 

서울 기온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왜 이리 더운 건가 했더니만 다른 사람들도 모두 속은 기분이라고 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곳은 상해를 가로지르며 도도히 흐르는 황포강이었다. 황하(黃河)의 영향 때문인지 강물은 누렇고

 

강을 가운데로 양쪽에 눈부신 발전을 하는 상해의 높은 건물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유람선을 타고 강을 한바퀴 돌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상해는 불과 10년 사이에 몰라보리 만큼

 

눈부신 발전을 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처럼 조금 지저분하기는 했지만 세계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높은 빌딩 숲과 건물들이

 

현대화를 이루고 있었다.

 

 더구나 상해의 면적이 6.3 km정도이고 인구가 1500백만 정도라니 우리와 비교할 때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그 다음 찾은 곳은 거대한 사찰 영은사와 피사의 사탑처럼 조금씩 기울어져 가는 육화탑이다.

 

영은사의 규모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비로나자불도 엄청나게 컸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사찰을 방문하고 싱거워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저녁에는 중국 정통 서커스를 보았는데, 온몸이 꽈배기처럼 유연하고 신기(神技)에 가까울 정도의 묘기를 보면서

 

슬픈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 크지도 못한 여린 소녀들이 얼마나 피나게 고된 훈련을 받았으면 저런 묘기를 부릴 수 있을까 하는

 

연민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 항쩌우. 중국 사람들은 흔히 소주에서 태어나 경치 좋은 항주에서 놀고, 먹을 때는 광동에서 먹고,

 

죽을 때는 유주에서 죽는다고 말한다.

 

우선 항주에는 아름다운 호수 서호(西湖)가 있다. 서호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호수 주변에는 사철 내내

 

여러 가지 꽃들이 번갈아 피어난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연꽃이 만개하여 호수 위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마치 전주 덕진 연못의 연꽃처럼, 분홍색 연꽃 봉우리들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서호는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 왕 부차에게 바친 미녀 서씨를 기념하여 서자호라고도 불린다.

 

호수 위에는 여러 개의 석등이 있었는데, 달이 뜨면 석등이 호수에 반사되어 33개의 달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서호는 많은 문인(文人) 묵객(墨客)들이 사랑한 곳으로 특히 백낙천 소등파등이 많은 시를 읊었던 곳이다.

 

중국풍으로 특이하게 치장한 자그마한 유람선을 타고 서호를 돌면서 어찌 시 한수를 읊지 않을 수 있을쏘냐.

 

우리는 모두 대금소리에 젖어들며 시 한수 읊는 풍류객이 되어 보았다.

 

중국의 4대 미녀 양귀비, 왕소군, 초선이, 그리고 서씨. 역사는 여자와 미녀 속에서 더 드라마틱하게 이어지는 것 같다.

 

중국의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여행의 재미를 더했다.

 

호텔에 돌아와 우연하게 합류하게 된 L여사와 친구들과 자축 파티라도 하자며 가게에서 과일주 한 병과 육포 2봉,

고구마 말린 것을 샀는데 계산이 11위안이라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따지니 2천 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정말 물가가 싸다고 느끼며 밤에는 그것으로 거한 파티를 했는데,

 

다른 팀들이 무척 부러워했다.

 

참고로 가이드가 데리고 간 상점의 물가는 별로 싼 것 같지 않았는데, 노점상들의 물가는 깍는 것이 정가인 고무줄

 

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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