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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풍경)

겨울나무

by 아네모네(한향순) 2018. 12. 14.



    

겨울 나무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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