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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동,식물)

늙은 해바라기

by 아네모네(한향순) 2020. 8. 12.

해바라기 /이윤학

 

자기 자신의 괴로움을

어떻게 좀 해달라고

원하지 않는 해바라기여

 

죽는 날까지

뱃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도

누군가를 부르지 않는 해바라기여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는 해바라기여

 

너 말라죽은 뒤에 누군가 잘못 알고

허리를 끊어 가리라.

너는 머리로 살지 않았으니

네 머리는 땅속에 있었으니

 

뱃속을 가득 채운 씨앗들이

너의 전철을 밟더라도

너의 고통을 답습하더라도

 

너는 평생 동안

가장 높은 곳에 가장 먼 곳에

통증을 모셔놓고 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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