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일기(동,식물)

식물원의 여름꽃들

by 아네모네(한향순) 2020. 9. 2.

 

기억의 자리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사진일기(동,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애기동백  (0) 2021.02.09
가을의 연지에서  (0) 2020.10.29
늙은 해바라기  (0) 2020.08.12
오월의 작약  (0) 2020.05.30
겹벚꽃이 있는 풍경  (0) 2020.05.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