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이윤학
자기 자신의 괴로움을
어떻게 좀 해달라고
원하지 않는 해바라기여
죽는 날까지
뱃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도
누군가를 부르지 않는 해바라기여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는 해바라기여
너 말라죽은 뒤에 누군가 잘못 알고
허리를 끊어 가리라.
너는 머리로 살지 않았으니
네 머리는 땅속에 있었으니
뱃속을 가득 채운 씨앗들이
너의 전철을 밟더라도
너의 고통을 답습하더라도
너는 평생 동안
가장 높은 곳에 가장 먼 곳에
통증을 모셔놓고 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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