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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호주 뉴질랜드

프레이저 아일랜드(2009, 1 )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10. 20.

 

 

아침 8시에 버스가 픽업을 하러 온다고 했으나 우리는 혹시나 하고 미리 나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는 8시가 채 못 되어 나타났다. 우리는 긴장된 마음으로 2층의 맨 앞쪽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우리 팀을 제외하고도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더 태웠는지 나중에는 좌석이 꽉 차버렸다.

 

드디어 버스가 선착장에 도착하고 우리는 배를 타고 섬을 향해 출발을 했다. 배가 시원한 바다를 가르며 40분쯤 달리니 드디어 섬이 가까워졌는데 희한하게도 짠 바닷물 속에 잠긴 나무들이 한껏 푸르름을 자랑하며 우리를 반겼다.

 

 

섬에 도착하자 푸근하게 생긴 여자 기사인 가이드가 우리의 이름을 호명하며 자기 차에 타라고 하였다.

 

그때부터 우리는 울퉁불퉁한 모래 길을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스릴을 느끼며 달렸다.

 

어떻게 이 넓은 땅이 전부 모래로만 이루어졌을까 하고 궁금했는데 가이드의 설명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약 1,840km²의 면적으로 120km에 걸쳐 남북으로 뻗어있는 섬으로 호주 남부 대륙의 하천에서 바다로 흘러나온 토사가 조류를 타고 옮겨져 서서히 땅에 퇴적하면서 생성된 세계 최대의 모래섬이라고 한다.

 

또한 모래가 섬 전체를 이루고 있으나 강우량이 많은 탓으로 열대 우림도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 원시적인 자연의 신비를 보여준다.

 

그러기에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호주를 대표하는 4대 관광명소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모래섬에는 수백 개의 사구들과 40여 개의 호수가 있는데, 그중에 유명한 맥켄지 호수는 프레이저 섬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호수이다.

 

그곳은 눈부실 정도로 투명하고 새파란 물빛이 흰색의 모래사장과 잘 어울려서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

 

 

 

사람들은 호수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모두 물속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즐겼지만 수영복을 준비해 오지 못한 우리부부만 옹색한 나무그늘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이 탈의장이나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영복위에 겉옷만 걸쳐 입는 털털한 모습이 신선하게 보이는 것은 이곳 젊은이들의 특권이리라.

 

 

 

 

짧고도 아쉬운 휴식 뒤에 우리는 다시 요동치는 버스를 타고‘센트럴 스테이션’에 도착하여 가이드와 숲을 거닐며 섬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센트럴 스테이션(Central Station)은 프레이저 섬을 개발할 당시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형성했던 마을이어서, 프레이저 아일랜드를 소개하는 작은 전시관이 있었다.

 

그리고 나무가 우거진 열대우림과 흰 모래 위를 흐르는 계곡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있어 여기저기 숲 속을 돌아보았다.

 

우리는 이곳의 식당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뷔페식 점심과 와인을 먹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짙푸른 바다위에 흰 갈기를 세우고 달려오는 말처럼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를 보며 끝없이 펼쳐진‘75마일 비치’를 달렸다. 그곳 해안의 모래는 버스가 달려도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단단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대개 사륜구동차를 렌트하여 손수 운전을 하며 자연 속에서 모험을 즐기는 것 같았다.

 

해안을 달리는 동안 넓은 바다를 보며 가슴은 확 트이고 머릿속이 맑아졌다.

 

 

 

드디어 버스는 누런 황금빛으로 조각한 듯한 커다란 바위산 앞에 서더니 방향을 돌려서 오던 길로 되돌아섰다.

 

다시 해변을 한참 달리다가 버스가 멈춘 곳은 엘리 크릭(Eli Creek)이다.

 

이곳은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하구의 형태인데 주위에는 나무도 있고 계곡처럼 생긴 강에는 염분이 없어 물놀이를 하거나 수영이 가능하였다.

 

우리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통나무로 산책로처럼 만들어 놓은 언덕을 올라갔는데 그곳에서는 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더 멋진 풍광을 관망할 수 있었다.

 

 

 

 

물오른 감수성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이윽고 우리 버스는‘마헤노 난파선’앞에 멈췄다.

 

 마헤노 난파선(Shipwreck Maheno)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병원선으로 사용되다 현재의 위치에서 침몰된 일본의 배다.

 

그동안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재현한 듯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구리 빛으로 녹이 슨 선박이 아픈 역사를 머금고 쓸쓸하게 서 있었다. 우리 가족도 그 앞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드디어 모래섬에서의 관광 일정이 모두 끝나고 우리는 다시 선착장으로 나와 우리가 타고 온 배에 다시 올랐다.

 

어쩌면 짧아서 더욱 아쉬운 여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3살 6살짜리 두 꼬마를 데리고 이 모래 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

 

처음부터 어린이는 동행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려다가 강행한 여행이었다.

 

더 오래 동안 섬 구석구석을 볼 수 없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아쉬움을 접었다.

 

또한 유일하게 프제이저 섬에만 있다는 야생의 개‘딩고’를 보지 못해서 섭섭했지만 팔뚝만한 도마뱀들이 원시림 안에 심심치 않게 있어 우리 꼬마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원래는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알려진 프레이저 섬이지만 하루 동안의 투어로는 그저 일부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저녁에 하비베이에 도착하여 카시트를 반납하고 다시 늦은 밤 브리즈번의 집으로 오는 길은 피곤에 지쳐 멀고도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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