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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포토기행(길에서 길을 생각하며)

동화속의 마을 프랑스 와인가도

by 아네모네(한향순) 2015. 7. 4.

 

 

동화속의 마을 프랑스 와인 가도

 

한 향 순

 

프랑스의 알자스지방은 독일과 라인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접경지역이다. 독일에 낭만적인 로맨틱 가도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알자스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와인가도가 있다. 알자스지방은 프랑스 동쪽에 있는 수십만 헥타르에 이르는 포도 생산지로 유명하다. 프랑스 와인하면 보통 부르고뉴나 보르도를 떠올리지만 이곳은 특히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지나다보면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마을들이 와인가도 여행에 독특한 재미를 더해 준다.

 

우리 일행은 벨기에에서 룩셈부르크를 거쳐 스트라스부르로 프랑스에 입국했다. 그러나 국경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그저 국내여행을 하듯 편안하게 버스로 국경을 넘었다. ‘쁘띠 프랑스와 일강이 흐르는 중세도시 스트라스부르를 이틀 동안 돌아보고, 와인가도 중에 제일 먼저 들른 마을이 미텔 베르크하임이다. 이 마을은 르네상스시대에 만든 전통가옥들로 이루어져 있고, 또한 전통방식을 그대로 전수하여 포도주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용한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트랙터를 몰거나 농기계를 몰고 나가는 사람들만 간간이 보인다. 우리버스가 좁은 골목을 돌다가 주차해 놓은 차와 살짝 부딪히는 바람에 프랑스 경찰이 오고 한동안 승강이를 했지만 다행이 원만히 해결이 되었다. 이 마을의 집 창가에는 하나같이 예쁜 커튼이 쳐있고 꽃으로 장식된 오밀조밀한 화분들이 놓여있었다. 마치 달력이나 외국 그림에서 많이 본 익숙한 풍경들이다.

 

그 마을을 빠져나와 두 번째로 들른 곳은 와인향기가 가득한 리보빌레이다. 와인가도의 마을 중 조금 큰 규모의 마을인데, 마치 수채화같이 다양한 색감을 옮겨놓은 듯 알록달록한 색채의 마을이다. 알퐁스 도테의 소설 마지막 수업과 함께 많은 청소년들에게 첫사랑의 로망을 심어주었던 이 이곳 알자스 지방을 배경으로 쓰였는데, 이런 아름답고 감성적인 풍경이 순수하고 맑은 사랑이야기를 탄생시킨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리보빌레이에는 백포도주의 일종인 리슬링 판매로 유명한 곳이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중세 알자스의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이 마을을 둘러보고, 질 좋은 포도주를 구매하기 위해 찾아온다. 방문객들은 단순한 관광뿐 아니라 포도주 제조 박물관에 들러 다양한 포도주 제조 장비와 지하 저장실을 둘러보고 와인 시음을 하기도 한다.

 

포도밭 길을 열심히 걸었더니 슬슬 시장기가 돌아 알자스의 와인을 맛보기로 하고 향이 진한 리슬링 와인과 피자를 곁들여 주문했다. 알자스 지방에서 맛 볼 수 있는 피자의 토핑은 치즈와 베이컨만 조금 올리고 도우는 최대한 얇게 밀어 바삭바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맛을 리슬링 와인이 잡아주니 피자는 간단한 안주로 손색이 없다.

 

이곳 리보빌레이에는 중세시대 알자스 지방의 상당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던 영주들이 머무르던 곳이어서, 마을 곳곳에는 영주들이 방어 목적을 위해 만든 중세 시대 성벽과 성채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산자락 위에 세워진 울리치성과 13세기 건축물인 부쉐탑이 우뚝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을 중심가에는 15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 지어진 화려한 목조 저택들이 가득 늘어서 있으며 마을 외곽에는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건물 지붕위에 새 둥지가 있는데, 정말 다리가 긴 황새가 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황새를 행운의 상징으로 알기 때문에 사람들이 황새를 귀하게 여기며 둥지를 만들어 새를 보호한다고 한다. 상점의 진열장에도 황새 캐릭터로 만든 찻잔이나 장식품들이 많이 있으며 어느 때는 부리가 빨갛고 다리가 긴 황새가 거리를 유유히 활보하기도 한다.

 

다음 행선지는 리크위르와 위나비르다. 리크위르(Riquewihr)는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뽑히기도 했는데 불과 2천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남쪽 시청사 아래 문을 통해 마을로 들어가는데, 넓은 중심도로를 따라 북쪽 돌데 탑 까지는 걸어서 15분 남짓 걸린다. 돌데 탑 안에는 돌데 박물관을 만들어서 아름다운 수 공예품과 중세 시대에 쓰였던 전쟁 도구들을 진열해 놓았는데 각종 소품과 기념품을 팔기도 한다.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진열되어있는 아름다운 거리에는 차가 다닐 수 없어 마음껏 상점 구경을 하며 걷기에 아주 자유롭다. 거리 양쪽에는 주로 예쁜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있는데, 정말 여자들의 혼을 뺄 정도로 앙증맞고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이 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가면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그때는 온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여 의상을 갖춰 입고 가면을 쓰고 축제에 참가하는데, 주인공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포즈를 취해준다고 한다.

 

탑을 지나면 마을의 북쪽 성문이 나오는데, 세계 2차 대전을 겪으면서도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아 알자스 지방의 전통적인 목조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마을 뒤로는 시원한 포도밭이 넓게 펼쳐 있어 마음에 힐링을 하며 산책을 하여도 좋은 곳이다. 또한 어린이나 노인들을 위하여 꼬마열차도 다니는데 그 모양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장난감 기차 같다.

 

 

위나비르도 다른 마을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위에 있는 교회가 기억에 남는다. 교회 안에는 오래 된 묘지들이 많이 있었는데 산자와 죽은 자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보통 프랑스 여행은 주로 파리 주변에서 맴돌며 유적지나 박물관을 보는 것에 치중해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선택한 여행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들을 돌며 웅장하고 화려함보다는 숨어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데 있었다.

 

물질문명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요즘 세태에 옛것을 지키고 소중히 하며 전통을 이어가는 프랑스 동부의 와인가도 마을은 세월을 비껴가는 듯하였다. 영화관에 종영하는 불이 켜지고 잠시나마 빠져있던 영화 속에서 빠져 나오듯 우리는 와인가도 동화 마을에서 멀어지며 또 다시 찾아 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격월간지 < 여행작가> 2015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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