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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터키 여행

가파도키아와 비둘기 계곡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5. 9.

 

 

피존 벨리라고도 불리는 비둘기 계곡은 우리가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 뒤편에 있었다.

험준한 계곡에 뾰족한 바위들이 솟아 있고 그 안에 조그만 문들이 나있어 처음에는 정말 의아스러웠다.

 

그러나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처음에 외딴 동굴 속에 숨어 지내던 수도자들이 통신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비둘기를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포도나 살구나무의 비료로 쓰기위해 비둘기를 사육한다고 한다. 비둘기의 배설물이 과일나무의 비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우치사르”라는 뾰족한 비둘기 집에는 수십 개의 문이 나 있었는데 그 지역에서는 제일 높은 곳으로 한때는 망루 역할도 했다고 한다.

 

마침 그 앞에는 낙타를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있어 나도 일 달러를 주고 낙타위에 올라가 멋쩍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것 또한 여행 중의 치기가 아니면 하지 못할 일이었다.

 

 

 

터키의 안내책자를 보며 제일 기대를 걸었던 곳이 카파도키아였다. 도대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뾰족한 바위 집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름다운 말들의 고장이라는 카파도키아는 화산과 지진활동으로 기기묘묘한 지형과 바위들이 형성되어 지상최대의 비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만물상이라고 불리는 길에 들어서니 버섯모양의 바위며 각종 희귀한 바위들이 운집해 있었다. 그 모양을 따서 이름을 지은 바위들이 마치 일부러 만들어 놓은 조각품처럼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일행들이 환호성과 탄성을 질렀으나 빠듯한 일정 때문에 만물상을 뒤로하고 궤레메 마을로 들어섰다. 이곳은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를 파내어 집을 짓고 실제로 사람들이 살았던 동굴 마을이기도 하다.

 

 

이곳의 바위들은 힘들이지 않고 팔 수 있는 용회암인데, 흙을 파낸 자리가 공기에 닿으면 도로 단단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손쉽게 집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집뿐만이 아니라 교회도 많이 지었는데, 토굴교회 내부에는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로 여러 가지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해가 막 넘어가려는 일몰의 시각에 토굴교회에 올라가니 붉은 노을이 감도는 궤레메 마을의 풍광이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실크로드는 19세기경에 학자들이 붙인 이름인데, 이스탄불이 바로 실크로드의 기착점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온 상인들이 진귀한 물건들을 가지고 이스탄불로 모여 들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킹 로드는 실크로드의 주된 도로인데, 그곳이 오늘 우리가 가야할 카파도키아에서 콘야까지의 빨래줄 도로를 말한다고 한다.

 

 

케르반 사라이는 실크로드 시절 이곳을 왕래하던 대상들이 머물다 가는 숙소이다.

단순한 숙소 역할뿐 아니라 모든 정보 교환은 물론 교역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묵는 곳은 물론 마구간이나 욕실도 있었다. 오늘 우리가 점심을 먹을 장소도 케르반 사라이를 개조하여 만든 식당이었다. 문대신 쳐놓은 카펫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니 실내는 얼른 사람을 식별할 수 없을 만큼 어둑하였다.

 

 

점심을 끝내고 오다가 한군데 더 케르반 사라이를 들렸는데 그곳은 건물의 뼈대만 남아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케르반 사라이 내부를 지나 후문을 통과하자 기막힌 호수가 나타났다.

 

오브룩 호수라는 이 작은 호수는 마치 우물처럼 깊게 파였는데 투명한 푸른색 물빛이 어찌나 고운지 호수에 빠져 들고픈 유혹을 느끼게 하였다. 더구나 호수는 날씨에 따라 물빛이 변하는데, 아주 맑은 날에는 진한 초록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카파도키아에서 데이즐리까지 가는 오늘 일정은 대략 10시간 정도 차를 타야하는 지루한 일정이다. 중간에 여기저기 들리는데도 장시간 버스를 타니 몸이 뻐근하고 뒤틀리는 것 같다.

 

그래도 가이드는 익숙한 달변으로 터키의 문화와 종교, 그리고 역사를 알려주느라 여념이 없다.

그 길의 중간쯤에 있는 콘야는 이슬람의 전통을 가장 잘 지키는 도시로 유명했는데, 이슬람교의 신비주의 “메블라나”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메블라나 의식에는 신비스런 노래와 춤이 유명한데, 해마다 메블라나 축제도 열릴 만큼 모두 열심이라고 한다. 토산품 점에 가면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손을 벌리고 있는 모양의 인형들이 있었는데, 바로 메블라나 춤을 추고 있는 인형이라고 했다.

 

 

오늘도 휴게소에 들렸다가 말을 거꾸로 타고 있는 할아버지 동상을 보았다.

낙쉘이라는 동네에 살던 그 할아버지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봉이 김선달 같은 인물인데, 해학과 임기응변이 뛰어났다고 한다.

 

원래는 법관이었는데 재미있는 말솜씨 때문에 그분의 이야기가 어록이나 만화책으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가랑비가 내리는데도 그곳에 온 기념이라고 당나귀를 거꾸로 타는 할아버지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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