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별로 없는 제주의 늦가을은 어딜 가나 억새의 물결이다.
우리가 억새를 보러 간 날도 날씨는 흐려서 한라산은 구름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오름이 보이는 넓은 벌판이 온통 억새로 뒤덮혀 억새의 바다를 연상하게 했다.
억새 풀 / 박인걸
가을 억새 풀 섶에 서면
나도 억새인 걸 깨닫는다.
찬 바람 부는 비탈에서
이리저리 쏠리며 억세게 살아온 세월
예리한 칼날 세우고
스스로를 베며 참아온 나날 들
피 맺힌 마디에서 아픈 비명이 들려온다.
짙푸른 젊음 꼿꼿한 자존심도 사라진
휘주근한 풍경은 힘든 삶의 흔적이다.
夕陽의 긴 그림자
무엇 위해 견딘 세월이던가.
고운 단풍 낙엽 될 적에
스스로 스러질 억새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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