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도에서 동트기 전에 4km 정도를 부지런히 걸어 도착한 각시당에는 붉은 하늘과 흰 삘기꽃이 어울려
전설처럼 신비스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각시당은 바다속에 잠겨있던 작은 섬이었다. 지도상에 명시되지 않은 지름 100m 내외의 작고 큰 흰색바위가 널려진 형태로
간조 시에는 개벌 속에 드러나며 만조 시에는 대부분은 지상부가 바다물에 잠기던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이었다 한다.
섬에는 자귀나무 한그루와 작은 나무 몇 그루, 그리고 무심하게 피어있는 찔레꽃과 해당화가 있었다.
바닷물 너울에 씻겨 내리고 풍랑에 무너져 내리며 언제부턴가 그냥 그렇게 바다 한 가운데 잠기고 드러나는 형벌의 섬.
차마 섬이라 이름조차 얻지 못해 각시당이라 불려지는 너럭바위가 모여진 섬.
먼 거리에서 바라보면 마치 중세의 성(城)이나 영화 속의 요새처럼 보인다.
주변의 초원화된 염생식물과 소금기가 배어나온 하얀 갯벌이 어우러진 경관은 매우 아름답기 그지없다.
엣날에는 매년 정월과 바다 일을 시작하는 철이 오면 각시의 원혼을 달래며 어획의 풍요와 뱃일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각시당을
찾아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지아비를 섬기려는 각시의 애틋한 죽음을 기림으로서 미풍양속의 지향이었을 것이며
지아비 갯일의 안전을 기원하던 각시의 염원이 지속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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