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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호주 뉴질랜드

뉴질랜드 여행기 (2005, 04)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5. 3.

 

 

 

 

호주 브리스베인에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까지는 서너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호주와의 시차도 2시간이나 되고, 입국할 때 밑반찬을 해온 것이 말썽이 되어 시간을 끌었더니 어느덧 훌쩍 오후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공항에 내리니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여행 첫날부터 들뜬 기분을 가라앉게 하였다.

 

아무튼 예약한대로 렌트한 차를 찾아 짐을 싣고 오늘의 목적지인 데카포 마을로 출발했다. 아들은 음식을 뺏기고 벌금까지 문데다, 비마저 내려 기분이 다운되었는지 말없이 운전만 한다.

 

 

 

모든 실수는 치밀하지 못한 준비와 경험부족 탓이니, 그것도 좋은 경험이고 수업료로 생각하라고 아들을 위로했다. 지도를 따라 끝없는 대평원을 세 시간 정도 달리다보니 어느새 날은 컴컴해지고 어둠이 몰려왔다.

 

어둠 속에서 그나마 예약했던 모텔을 찾아 짐을 풀고 나니 긴장이 풀리며 온몸이 나른해진다. 이곳의 모텔은 우리나라 주택과 비슷한데 부엌과 거실, 그리고 방이 여러 개 있어서 아이가 있는 우리 같은 대가족이 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대충 가져간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술 한 잔을 하면서 우리 식구는 이번 여행의 첫날을 자축했다.

 

 

 

아침을 먹고 집밖으로 나오니 바로 눈앞에 너무도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데카포 호수이다. 어제 밤에는 어두워서 집 앞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파란 호수와 구름이 걸린 ‘서던 알프스’ 의 모습은 평화로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 호수 역시 빙하가 녹아 생성되었으며, 바위 속에 있던 미세한 입자들이 물속에 흘러들어 아름다운 빛깔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건너편에 호젓하게 서있는 ‘착한 양치기 교회’와 잎이 우거진 커다란 나무는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곳의 풍광을 더욱 환상적이며 완벽하게 만들어 주었다.

 

호수에 가까이 다가가보니 어찌나 물이 맑은지 깊은 물속의 작은 돌까지 훤히 보이는데, 그 위로 오리 떼들이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뉴질랜드하면 막연히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과 공기 그리고 평화로운 양떼 등을 연상했는데, 처음 만난 ‘데카포’ 호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평화로운 풍경에 취할 사이도 없이 짐을 꾸려 ‘마운트 쿡’을 향해 길을 떠났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 평원의 8번 국도를 달리다보니 멀리 구름 속에서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서던 알프스’의 산맥들이 꿈속의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곤 한다.

 

우리도 그 경치를 놓칠세라 차에서 내려 사진 한 컷을 찍고 그곳으로 가까이 가니 눈이 덮인 웅장한 산과 그것을 배경으로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이곳이 그 유명한 테즈먼 빙하가 녹은 물로 생성된 강물을 끌어들여서 만든 ‘푸카키’호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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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 쿡 마을에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장엄한 산의 모습에 압도되어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해발 3754미터의 마운트 쿡은 항상 구름에 가려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운이 좋게도 전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포장 길을 달린 후, 산 위로 길게 뻗은 돌계단을 올라가 ‘테즈먼’ 빙하를 둘러보았다. 장엄한 설산과 거대한 빙하, 그리고 빙하가 만들어낸 신비한 호수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호수는 물빛이 아주 특이했다. 테카포 호수가 초록과 파랑색을 섞어 놓은 듯한 중간색이라면, 푸카키 호수는 잉크에 마치 우유를 풀어 놓은 것 같은 ‘밀키 불루’이다.

 

이 호수는 테카포 보다는 면적도 훨씬 넓고, 만년설을 이고 있는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져있어 기막힌 절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푸카키 호수를 지나 ‘마운트 쿡’ 가까이 다가가니 높은 봉우리에는 마치 왕관처럼 동그란 구름이 얹혀져 있었다.

 

 

더구나 오늘은 우리의 귀염둥이 손자 종욱이의 두 번째 생일날이다.

퀸즈타운의 다운타운을 몇 바퀴 돌고서야 제과점을 찾아내어 생일 케잌을 사고 따로 슈퍼마켓에서 케잌에 꼽을 초를 사서 우리는 이국땅에서 맞는 손자의 생일을 한껏 축하해 주었다.

 

처음 들어보는 생일축하 노래가 신기했던지 종욱이는 그날 이후로 걸핏하면 나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졸랐다.

 

 

 

 

그곳은 관광지답지 않게 아주 조용했으며, 유명한 호텔이나 요란한 유흥업소도 없이 그저 50여 가구가 사는 자그만 여느 시골마을 같았다.

 

교회 옆에는 시커먼 개의 동상이 서 있었는데, ‘바운더리’라는 이름의 개로 헌신적으로 자기 몸을 던져 양을 지키던 양몰이 개라고 한다. 개척시대에 이런 양치기 개들이 없었다면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양들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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