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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호주 뉴질랜드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5. 4.

 

 

오늘 우리가 묵을 곳은 오전에 지나온 ‘테아나우’라는 커다란 호수가 있는 마을이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언제나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려 지도와 길 안내를 받고 생소한 길을 찾아 가는데 이곳은 아주 작은 마을이라 숙소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묵을 숙소에 가니 남 섬에서는 제일 큰 ‘테아나우’ 호수가 바로 집 앞에 펼쳐 있어 집안에서도 넓은 호수가 바로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호수의 물빛이 검푸른 색으로 출렁거렸다.

게다가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호수가 넓어 마치 우리가 바닷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 했다.

 

또한 뉴질랜드의 호수들은 제각기 모두 물빛이 달랐는데,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하지만 호수의 생성과정에 따라 색깔이 많이 달라지는가 보았다. 그래도 어제는 이곳에 일찍 도착해서 아이들과 각종 새들이 있는 공원이며 호숫가를 한바퀴 돌며 산책을 했다,

 

 

 

그러기에 오늘 아침은 아쉬운 대로 호숫가를 배경으로 사진만 몇 장 찍고 이 마을을 떠나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집 앞에 있는 잔디밭에 텐트가 처져있고 그 안에 인기척이 있는 것을 보니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사람들이 야영을 한 모양이다.

 

우리 부부는 나이도 있고 더구나 아기까지 동행하는 바람에 편안한 모텔을 이용했지만, 배낭족이나 학생들은 여행경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알뜰한 방법을 이용하는가 보았다. 특히 여행하면서 자주 보았던 차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벤’에서의 숙박은,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방법이기도 했다.

 

 

오늘은 남 섬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뉴질랜드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 더니든으로 출발했다. 더니든은 영국인들이 세운도시여서 스코틀랜드의 흔적이 많이 배어있는 곳이며, 뉴질랜드에서 대학이 제일 먼저 생긴 도시라고 한다. 이곳은 키위들이 자랑하는 고풍스런 옛 건물이 많아 박물관이나 오타고 대학 등 시내 곳곳에 볼거리가 많았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자국민을 가리켜 키위(Kiwi)라고 부른다. 키위는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한다는 새의 이름이기도 한데, 신이 내린 자연을 인간의 이름으로 부르며 사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오타고 반도 가장 앞부분인 ‘타이아로아 헤드’에 가면 신천옹이라 불리는 ‘앨버트로스’라는 새의 서식지가 있다.

골프 용어 중에 기본 타수보다 3타를 적게 치면 ‘앨버트로스’라는 용어가 있을 만큼 희귀종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새인데, 유일하게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로열 앨버트로스 센터’는 새를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쳐놓고 잡인의 출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앨버트로스를 보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입장료도 내지 않고 운 좋게 신천옹을 구경한 우리는 절벽 끝에서 푸르디푸른 남태평양의 거센 파도가 부딪치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멋진 경치를 보며 사진을 찍었다.

 

신천옹 외에도 오타고 반도 안에는 ‘리나크 성’이나 ‘펭귄 플레이스’가 있는데 모두 시간이 늦은 관계로 다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은 언덕위로 나있는 하이클립 로드로 나왔는데, 꼬불꼬불한 해안이 마치 파란 보석 같은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하여 예약된 모텔에 가니 큰 도시여서인지 집안에 아이들 그네와 놀이기구가 있었다.

그것을 본 종욱이는 집안에 들어올 생각도 않고 그대로 달려 나가 놀이기구에만 매달린다.

 

짐을 풀어 대충 점심을 해결한 후, 우리는 시내 관광을 나갔다. 처음 도착한 날은 공항에서 바로 데카포로 떠났기에 이 도시에 처음 온 것처럼 아주 생소했다.

 

 

우선 시내로 들어가니 듣던 대로 대성당이 바로 눈에 띄었다.

시가지 중심에 서있는 화려한 고딕식으로 지은 성당은 높은 첨탑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높이가 63미터나 된다고 한다.

 

성당 내부는 유럽의 성당들과 비슷해서 별로 특색이 없었지만, ‘스테인드 글래스’가 아주 아름다웠다. 성당 앞 광장에는 마침 벼룩시장이 서있었는데 별로 살만한 물건은 없어 보여 그저 이것저것 보기만 했다.

 

 

우리는 부지런히 캔터베리 박물관과 아트센터에 들려 여러 가지 작품을 관람하고 해가 지기 전에 보타닉 가든에 들어갔다.

 

보타닉 가든이 있는 헤글리 공원은 말할 수 없이 넓었는데, 그 안에 여러 가지 스포츠 시설이 되어 있으며 면적이 도시의 3분의 1쯤 된다고 하니 능히 크라이스트처치가 ‘정원의 도시’라고 불릴만하다.

 

 

 

보타닉 가든 안에는 아름다운 분수와 여러 가지 꽃과 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며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뉴질랜드 인들이기에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정원이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에는 음식을 사먹고 싶어도 스케줄에 매어 시간도 없었지만, 우리 입맛에 맞는 마땅한 식당도 없어 주로 재료를 사다가 우리가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오늘은 마지막 밤이니 모처럼 외식을 하기로 하고 물어물어 한국 사람이 하는 중국집에 들어갔다. 요리 몇 개와 자장면을 시켜 먹었는데, 아이가 얼굴에 자장면으로 떡칠을 하며 어찌나 잘 먹는지 음식을 먹다가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다.

 

우리는 모처럼 입맛에 맞는 중국음식으로 포식을 하며 뉴질랜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였다.

 

 

오늘은 드디어 뉴질랜드 여행이 끝나고 아들네가 살고 있는 호주로 돌아가는 날이다. 다행이 비행기 시간이 오후이기에 어제 한국 슈퍼에서 알려 준대로 아침 일찍 ‘뉴 브라이트’의 바닷가와 ‘캐빈디쉬’산을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어 걱정을 했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바닷가에 이르러 도서관 앞에 도착하니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딜 가나 아름다운 호수와 바다가 있는 나라이긴 하지만, 바닷가 근처에 통유리로 된 대형 도서관을 지어서 바다를 보며 책을 읽고 차를 마실 수 있게 한 아주 전망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날씨 탓에 더 이상 산책을 할 수 없어 바다를 뒤로하고 드라이브로 캐빈디쉬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참을 가도 꼬불꼬불한 주택가 언덕길만 나올 뿐이었는데, 점점 위로 올라가니 황량한 야산이 보이며 아름다운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더구나 산꼭대기로 올라가니 전망대도 있고, 곤돌라가 운행하며 도시의 전경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저 멀리 캔터베리 대평원도 보이고 서던 알프스의 모습도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밑에는 ‘리틀턴’ 항구가 한눈에 들어오며 정착해 있는 배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고 발길을 돌려 공항으로 향했다.

 

 

이로서 뉴질랜드에서 보낸 일주일이 어느덧 꿈결처럼 지나갔다.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니 아이들도 피곤에 지친 것 같고 나도 긴장이 풀리며 한꺼번에 피곤이 몰려온다.

 

그래도 무탈하게 여행을 마친 것이 고맙고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더구나 이번 여행은 아들네와 같이 한 여행이기에 우리에게는 더 행복했고 의미가 깊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아들네와 항상 멀리 떨어져 살아 아쉬움이 많았는데, 여행을 하는 동안 며느리와도 손자와도 많은 정을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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