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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호주 뉴질랜드

환상의 바다 <그레이트 오션로드>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9. 30.

 

 

환상의 바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날씨가 잔뜩 흐려있고 간간이 비까지 뿌리고 있었다.

 

멜번의 날씨가 변덕스러운 줄은 짐작했지만 그래도 계절적으로 여름이기에 주로 여름옷을 가져왔는데 오늘 날씨는 영 추울 것 같았다.

 

더구나 바닷가에는 바람이 찰것 같아서 한국에서 입고 온 두꺼운 겨울점퍼를 챙겨 입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어제 갔던 길을 더듬어 목적지에 닿으니 시간이 삼십분이나 남아있는데도 관광하려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조금 기다렸다가 행선지와 예약명단을 확인하고 관광버스에 올랐다.

 

출발시간이 가까워지자 버스인원이 많아졌는데 동양인은 삼분의 일 정도이고 한국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버스를 타자마자 버스 기사님은 자동으로 부착된 마이크에 대고 설명을 하기 시작하는데 말이 너무 빠르고 발음이 달라서인지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 나라에서는 관광 안내원이 운전까지 겸해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멜버른의 여행자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여행지라고 한다.

 

멜버른에서 가는 데만 꼬박 세 시간이 걸리고 투어를 끝내고 돌아오면 거의 하루가 지나기 때문에 쉽게 갈 수가 없는 곳이기 때문일까.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되었을 기암절벽과 기이한 형상의 거대한 바위섬, 끝도 없이 이어진 푸른 바다와 투명한 하늘을 보며 214km에 달하는 드라마틱한 해안 도로를 달리는 관광이다.

 

그곳에서 만나는 대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선 저절로 침묵이 흐르며 힘든 여정의 고통도 대자연의 품에서는 순식간에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멜버른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 달린 후 만난 것은 첫 번째 해안가 벨비치(Bells Beach)이다.

 

앞으로 펼쳐질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붉은 기암절벽을 예고하듯 푸른 바다와 절벽이 어우러져 있다.

 

벨비치는 서핑으로 유명한 곳이며 세계 유명 서핑 대회 주최지 중 하나이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인지 물빛이

 

그리 예쁘지 않았다.

 

론에서 해안선과 절벽을 타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44km 정도 달리면 아폴로 베이(Appolo Bay)에 도착하게 된다.

 

앵글 시보다 훨씬 큰 이 마을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투어 일정 중에 잠깐 내려서 점심을 먹는 곳으로 정해져 있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먹을거리와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다. 이곳에 잠시 쉬어서 모닝 티와 빵을 간식으로 준다고 했는데

 

영어를 잘 못 알아들으니 눈치껏 다른 사람들을 쫓아가서 먹었다.

 

그래도 출발 시간은 긴장을 해서 명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버스를 놓치면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드디어 먼 길을 달려 멜버른 최고의 대자연 앞에 섰다.

 

차츰 날씨가 개어서인지 하얀 포말을 거침없이 내뿜는 푸른 바다 위로 웅장한 거석들이 서 있었다.

 

이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바로 70m까지 솟아오른 거대한 석회암 절벽과 어우러져 경이로운 장관을 연출하는 ‘12사도

 

바위’다.셔터를 누르는 곳마다 감동 넘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수천만 년 동안 남태평양의 파도가 만든 거대한 예술품 앞에서 경건함마저 일었다.

 

이 거석들과 해변은 지금도 파도의 침식과 바람의 풍화 작용으로 조금씩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고 한다.

 

 

그림 같은 포트 캠밸(Port Campbell) 마을을 뒤로하고 런던 브리지에 도착했을 때는 서서히 해가 넘어가는 중이였다.

 

웅장했던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작품들도 바다에 내려앉는 노을 속에서 갖가지 변신을 하고 있었다.

 

 해안 절벽에서 바다 쪽을 향해 길게 나온 이곳은 원래 두 개의 큰 아치를 가진 다리 모양이었는데, 지난 1990년에 큰 아치 하나가 무너져 내리고, 현재는 하나만 남은 상태다.

 

이제 남은 런던 브리지도 세월이 지나면 사라지고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여정은 이렇게 막을 내리고 이제 돌아갈 길이 아득했지만 자연이 주는 감동은 오래 가실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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