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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호주 뉴질랜드

킌즈타운과 밀포드사운드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5. 3.

 

 

여왕이 살만큼 아름다운 도시라는 ‘퀸즈타운’의 아침이 밝았다.

그러나 어제와는 달리 날씨는 잔뜩 흐렸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여행하면서 제일 난감한 일은 비가 오는 것인데, 더구나 아기까지 동행한 우리는 여러 가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침을 먹고 나니 예상대로 비가 쏟아지며 바람까지 세차게 불었다. 그렇다고 귀중한 시간에 방안에 앉아 비 오는 것만 구경할 수는 없었다.

 

 

날씨 때문에 오늘은 도시 주변이나 둘러보고 곤돌라를 타고 ‘봅스 힐’에 오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어찌나 바람이 센지 우산이 뒤집어지는 바람에 차라리 비를 맞는 편이 수월했다.

 

곤돌라를 타고 산위로 오르니 퀸즈 타운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는데, 저 멀리 리마커블 산을 배경으로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형성된 천혜의 아름다운 도시가 한눈에 보였다.

 

 

오후가 되자 비가 조금 주춤하기에 우리는 다시 집을 나와 ‘퀸즈타운 가든’을 찾았다.

이곳은 다른 도시의 ‘보타닉 가든’과 비슷하게 꾸며졌는데, 수목의 종류가 좀 더 많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많았다.

 

연못에는 오리 떼들이 줄지어 헤엄치고 여러 가지 꽃들도 많이 가꾸어 놓았다.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한참 걷다보니 호수를 끼고 산책할 수 있는 길이 나왔는데, 그곳에서 호수 건너편으로 바라보는 도시 풍경도 역시 일품이었다.

 

 

 

 

 미러 호수- 거울처럼 잔잔하여 호수 위의 배경이 그대로 복사한 것처럼 비친다.

 

 

 

비 때문에 시야도 흐리고 호수의 물빛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호수를 끼고 아름답게 지어진 집들과 예쁜 별장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날이 좋았으면 레포츠의 천국이라는 이곳에서 번지 점프를 보거나 유람선을 타고 좀 더 호사를 누렸으련만 하루 종일 내리는 비 때문에 모두 포기해야 했다.

 

다만 봅스 힐 정상에 있는 ‘스카이라인 샬레’라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커피와 빵을 먹으며 킌즈타운의 전망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늘은 퀸즈타운을 떠나 ‘밀포드 사운드’로 향했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누렇게 황량하던 들판은 푸른 초목으로 뒤덮이고 어딜 가나 양떼와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는 양떼가 눈에 띨 때마다 “양! 양!”하면서 신기하다는 듯 손가락질을 하곤 했다. 오늘도 날씨가 나쁘면 어쩌나하고 걱정을 했는데 어제 종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약간 구름만 끼어서 마음이 놓였다.

 

 

밀포드 사운드는 연중 180일 이상이 비가 오고 습기가 많은 곳인데 다행히 우리가 찾아 간 날은 날씨가 좋아서 축복받은 기분이었다.

 

진한 뭉게구름이 산중턱에 걸리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날이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한 후, 드디어 커다란 유람선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성수기에는 관광객들이 몰려 아우성이라지만 새벽에 서둘러 온 탓인지 우리 배는 승객들이 거의 반도 차지 않은 것 같아 조용하고 한가로웠다. 우리는 준비해간 토스트와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출발을 기다렸다.

 

 

퀸즈타운에서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까지는 커다란 산맥을 넘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험준한 산세 때문에 길이 디귿자로 나 있어 경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꼬박 5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밀포드 사운드는 지금으로부터 약 만여 년 전에 빙하의 침식에 의해 생겨난 지형이다. 거대한 빙하가 밀려 내려오면서 바위가 깊게 파여서 나간 협곡에 바닷물이 들어찬 지형인데, 피오르드(Fiord)라고도 한다.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은 자칫하면 단조롭게 느낄 수도 있지만 ‘테아나우’(Te Anau)라는 마을을 지나고 ‘십 마일 관목 숲’에 들어서자 커다란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그곳은 원시림답게 나무 가지가 모두 이끼로 뒤덮여 있어 나무의 색깔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이다.

 

그리고 보니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을 찍은 곳이 여기인 것 같았다. 나뭇가지들은 무슨 동물의 몸체처럼 구불구불하게 감겨있고 커다란 고사리와 이끼가 덮인 숲 속은 마치 괴물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원시림을 빠져 나오면 드넓은 평원이 나타나고, 조금 더 달리면 빙하가 밀고 내려오면서 계곡을 깍아 버린 U자형 바위 계곡을 만난다. 도대체 얼마나 큰 빙하가 밀려 내려왔기에 저렇게 엄청난 흔적을 남기는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더구나 그 큰 바위 계곡에서는 아직도 빙하가 녹아 수백 개의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드디어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호머 터널을 지나면 바위산과 계곡의 장관은 극치를 이루고 멀리 밀포드 사운드가 보인다.

 

 

잠시 후 배는 출발했는데, 배 양쪽으로는 깎아지른 급경사의 바위산이 웅장하리만큼 높게 둘러져 있었다. 마이크에서는 부지런히 설명을 하고 사람들은 이곳저곳 움직이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그러나 나와 며느리는 멀미 기운이 있어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의 환성이 들리기에 내다보니 돌고래가 떼를 지어 춤을 추고, 바위 위에는 물개가 나와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놀이동산 같은데서 쇼를 하는 것은 보았지만, 이렇게 야생으로 만나긴 처음이었다. 얼마나 물이 깨끗하기에 이런 야생 동물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을지 부럽기만 했다.

 

 

원시림을 빠져 나오면 드넓은 평원이 나타나고, 조금 더 달리면 빙하가 밀고 내려오면서 계곡을 깍아 버린 U자형 바위 계곡을 만난다.

 

도대체 얼마나 큰 빙하가 밀려 내려왔기에 저렇게 엄청난 흔적을 남기는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더구나 그 큰 바위 계곡에서는 아직도 빙하가 녹아 수백 개의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드디어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호머 터널을 지나면 바위산과 계곡의 장관은 극치를 이루고 멀리 밀포드 사운드가 보인다.

 

 

한 시간여를 운항하던 유람선은 드디어 뻥 뚫린 바다 한가운데 도착을 하고, 다시 뱃머리를 돌려 출발지로 돌아갔다. 더구나 바위산에는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폭포가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오늘같이 맑은 날에도 수량이 제법 많은 ‘스털링 폭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더욱 수량이 풍부해서 축복처럼 폭포를 맞는 사람들로 소란스럽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갔던 탓일까. 밀포드 사운드 자체보다는 그곳으로 가는 길의 풍광이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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