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交感)과 소통
어느 날 TV에서 참으로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TV 동물농장>이라는 프로에 어떤 여인이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동물과 교감하는 능력을 지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고 했다. 그녀는 개나 고양이와 눈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그들의 감정을 알아내어 상처를 쓰다듬어주고 치유해주었다. 그것은 마치 최면술사가 아픈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그 사람의 전생을 알아내고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행위와 비슷하였다.
보통은 정들여 기르던 애완동물이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고통스런 모습을 보이면 그저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하다. 마치 말을 못하는 아기가 아파서 울어댈 때처럼,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할 방법이 없으니 병원에나 데려가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아픈 동물들과 교감을 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더구나 문제의 원인을 알아내어 치유해주는 능력을 가진 여인을 보면서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었다.
이상하게 난폭하거나 사람을 피하는 동물들은 과거에 사람에게 학대를 받았거나 버림을 받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어떤 개는 주인이 자기를 버리고 떠난 줄도 모르고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앉아있기도 했다. 올해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흥행을 한 것도, 말 못하는 소와 40년을 키워온 우직한 할아버지가 서로 교감을 느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여인이 어떤 방법으로 그들과 교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한참동안 따뜻한 시선으로 동물을 주시하여 마음을 열게 한 뒤, 눈을 깊게 감았다 뜨는 행동으로 의사소통을 하였다. 그 모습은 진정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서 마음을 같이 나누겠다는 다정다감한 표정이었다. 한참동안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말 못하는 동물들과도 저렇게 감정의 교류가 되는데, 하물며 말과 글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소통이 안 되어 힘들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돌이켜 보게 되었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언어라는 수단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만, 그 언어 자체가 불완전하므로 완벽한 의사소통이 되기는 힘들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그의 말을 경청해야 될 것이다.
스탠 톨러의《행운의 절반 친구》라는 책에는 "좋은 친구사이가 되려면 상대방에게 오감을 집중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네. 오감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지. 그래야 공감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공감하고 소통을 해야만 비로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라고 말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을 배려하고, 서로 다른 가치와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여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 나와는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바람직한 인간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관계에서 진정한 소통을 통해 자신을 이해받고자 한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소망이 충족되지 못해 공허함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 가족끼리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상대방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살아오는 동안 가끔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 그래서 더러는 주위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소중한 인연을 잃기도 했다. 상대방에게 불만스럽거나 화가 나는 일에는 조목조목 따지듯 추궁했지만, 정작 표현해야할 칭찬이나 고마운 일에는 말을 아꼈던 것이 사실이다.
설령 말로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속마음을 알아주리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특별한 능력을 갖지 않고는 어떻게 타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볼 수가 있겠는가. 어쩌면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고 믿은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였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어느 때는 속마음하고는 다른 말이 불쑥 나올 때도 있다. 그러면서 진정한 소통을 원한 것은 결국 무모한 소망이었다.
논어에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胎>라는 말이 있다.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이다. 인간이 동물하고는 다른 호모 사피엔스라고 간주되는 것은 자기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알며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20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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