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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수필집 ( 인연의 끈)

유월의 솔숲에서

by 아네모네(한향순) 2018. 7. 29.

 

 

 

 

 

 

유월의 솔숲에서

    

      

                                                                                                                        한 향 순

 

아주 오랜만에 가족들과 대관령 휴양림을 찾았다.

외국에 사는 아들이 볼일 때문에 잠깐 다니러 나온 사이 딸과 함께

 네 식구가 모처럼 조용한 곳으로 나들이를 나온 것이다.

바람의 언덕인 대관령은 추억이 많이 배어있는 곳이다.

삼십여 년 전부터 이곳에 콘도를 가지고 있어 겨울에는 아이들과 스키를 타러, 여름휴가 때면

더위를 피해 일 년에 몇 번씩 들리던 곳이다. 대관령은 해발이 높고 바람이 모이는 곳이라

어지간한 더위에도 이곳에 오면 서늘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더구나 정상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강릉 바닷가와 주문진의 싱싱한 해물을 맛볼 수 있고

 근처에 있는 대관령 휴양림에서 금강송이 우거진 솔숲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식구 뿐 아니라, 늘 친구나 친지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친구들도 그곳의 추억을 많이 이야기 하곤 한다.

고속도로 대신 대관령 옛길로 통하는 구절양장 같은 고갯길을 넘다보면,

옛날 차가 없던 시절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이 고갯길을 넘어 다녔을까 궁금해진다.

 

소나무가 울창한 숲속으로 한참을 들어가야 휴양림이 나오는데,

휴양림 초입에 들어서면 우선 코끝에 닿는 공기부터가 다르다.

유월의 숲속은 온통 초록빛이다. 연둣빛 새순들도 어느 듯 짙은 초록으로 변하고

 계곡의 물소리는 자주 내린 비 탓인지 수량도 풍부하고 아주 우렁차다.

대관령 휴양림의 백미는 무엇보다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을 걷는 재미이다.

흔히 적송이나 금강송으로 불리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휴양림은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우리 민족은 어떤 나무보다 고결한 기상과 웅장한 기품이 있는 소나무를 많이 좋아했다.

 겨울이 와도 의연한 자태를 바꾸지 않는 꿋꿋한 소나무의 모습에서 옳은 일을 위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선비정신을 배웠기 때문이다.

또한 나무중의 소나무가 으뜸이라는 백목지장(白木之長)이라는 말과 함께 소나무에 관한 시를 짓거나

그림을 그리며 가난에도 비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을 갈고 닦았다.

 

산에 갔다가 우연히 잘생긴 소나무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반가워서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나무는 주로 금강산 지역에 많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여진 금강송이다.

곧게 뻗은 줄기는 적색에 가까워서 적송이라고도 불리는데, 경북 춘양지역에서 자란 금강송은

춘양목이라고도 하며 아주 단단하여 주로 궁궐을 짓는데 목재로 쓰였다.

금강송 중에 백두산 지역에 많은 미인송(美人松)은 황색이 나는 황장목으로 역시 궁궐이나 절을 짓는데 많이 쓰인다고 한다.

 외에도 구부러진 곡선이 아름다운 해송(海松)이나 반송(盤松)이 있으며 드물게는 백송도 있다.

 

가족들과 천천히 솔숲을 거닐며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근황도 물어보고 옛 추억도 이야기하며 두어 시간 걷다보니,

그동안 무슨 일로 바쁘게 사느라 이런 시간을 못 가졌는지 우리는 후회하였다.

초록에 관한 기억 중 잊혀 지지 않는 또 하나의 장면은 몇 년 전,

아들이 살고 있는 호주에 갔다가 케언즈라는 도시를 여행할 때였다.

케언스에서 먼저 찾은 곳은 쿠란다 국립공원이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거대한

초록의 열대우림지역이 충격으로 와 닿아 잊혀 지지 않는다.

이 공원은 호주의 원주민이 살던 아주 오래된 열대우림지역이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되었던 만큼 험하고 기묘한 밀림지역을 가려면

오래 된 관광기차를 이용하거나 스카이 레일을 타고 가야 한다.

스카이 레일을 타고 쿠란다 마을을 가다가 곤도라가 정차를 하면 잠깐 내려서

크고 거대한 나무들로 우거진 열대우림지역을 걸어서 관람한다.

하늘을 빽빽하게 가릴 만큼 초록의 나무들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낸 채 서 있었다.

거대한 나무 사이로 목조다리를 놓아 관광객들이 체험을 할 수 있게 하였는데,

처음 보는 기묘한 열대식물들이 그저 신비스럽게만 느껴졌다.

 

쿠란다 마을은 원래 자푸카이족이 살던 원시마을이었으나 200년 전 쯤에 금광이 발견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금을 실어 나르는 열차가 생겼다고 한다.

레인포레스테이션에는 세계 제2차 대전 때 쓰였던 수륙양용의 장갑차가 육지를 달리다가

 늪지로 빠져 들어가 열대우림을 체험하게 하고 있다.

그곳에는 수십 종의 희귀한 멸종식물과 곤충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열대지방에만 있는 동물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아무튼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록의 열대우림 속에서 희귀한 체험을 하며 여행을 하였다.

아마존보다도 넓다는 호주 쿠란다 국립공원의 끝없는 열대우림을 지나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이 넓은 초록의 숲처럼 무궁무진하디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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