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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모음/근래의 수필

정녕 봄은 오는가

by 아네모네(한향순) 2022. 4. 1.

 

 

정녕 봄은 오는가.

 

한 향 순

 

한 달 넘게 병원에 있다가 집에 오니 집이 오히려 서먹하게 여겨졌다.

하얀 눈이 왔을 때, 짐을 싸가지고 병원에 들어갔는데 어느새 계절은 봄이 되어 남녘에는 꽃소식이 들린다.

칠십 여년을 무리하게 써먹은 무릎이 말썽을 부려 애를 먹다가 몇 해 동안이나 벼르던 무릎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수술과정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고 수술 후, 재활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요즘 기승을 부리는 오미크론 때문에 수술과정을 더 힘들게 하였다.

수술날짜를 기다렸다가 pcr검사까지 하고 병원에 갔는데 다시 신속항원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운이 나빴는지 두 번이나 한 검사에서 결과가 애매하게 나와 입원을 거절당하고

짐을 싸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닷새 후에야 재입원을 하여 수술을 받게 되었다.

병원에 일체 면회가 허용되지 않으니 가족은 물론 아무도 병원에 올 수 없고

오직 간병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힘든 과정을 견디어야 했다.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했던가. 의술이 발전하여 무통주사며 진통제를 맞아도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게다가 한쪽 무릎을 먼저 수술한 뒤, 일주일 후에 다른 한쪽까지 수술하고

바로 다리를 꺾는 재활을 시작했으니 너무 힘들어서 입맛까지 달아나고 말았다.

 

게다가 같은 병실을 쓰는 간병인이 오미크론에 감염되고 다른 사람들까지 양성반응이 나오다보니

면역력이 최저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매일하는 키트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당장 격리병동으로 옮겨져 간병인도 없이

혼자 지내야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 차례가 아닐까 조마조마하며 이 주일을 버티다가

무사히 수술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재활병원으로 옮겼다.

 

재활병원에서의 일과는 빡빡하게 짜여있었다. 그야말로 재활을 위해 찾은 병원이므로

하루에 물리치료 두 번, 한 시간씩 하는 무릎꺾기 기계를 두 번하고

그 외에도 도수치료나 걷기 운동 등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평소에 입맛이 없다는 것을 별로 실감하지 못하다가 병원에서 세 번씩 나오는 식사를 하는 것도 힘든 고역이었다.

사람은 자기가 겪어봐야 남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더니 작년에 항암치료를 하며

입맛이 떨어져 힘들어하던 남동생 생각이 났다.

항암치료를 하며 회복이 아슬아슬하던 동생이 입맛까지 떨어져 기운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입맛이 없으면 억지로라도 씹어서 넘기라고 잔소리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물론 동생이 안타깝고 걱정이 되여 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진정한 이해보다는 자기 기준에서 쉽게 충고를 하곤 한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종종 도를 넘는 잔소리나 충고를 하곤 한다.

 

그러나 남의 고통은 내 손톱 밑의 가시만 못하다고 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내 불찰이었다.

힘든 재활과정은 보지 못하고 수술 후, 건강해진 모습만 보고 무릎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었다.

게다가 삼 년째 계속 되는 코로나의 여파로 대인관계까지 소원해진 상태로 외로움을 견디어야했다.

문병은 물론이고 모든 호의를 거절한 채, 칩거하는 동안 삶의 의욕마저 떨어지고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든 우울 증세까지 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오미크론 확진자기 늘어나는 요즘 상황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만은 유독 내 고통만이 크게 느껴지고 조바심이 났다.

언제쯤이나 건강해진 모습으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날이 아주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졌다.

 

무료한 시간에 읽으려고 쌓아놓은 책들은 허공을 맴도는 활자처럼 눈앞에서만 아물거렸다.

그러다가 오래전에 써놓은 수필 중에 나오는 글귀를 떠올렸다.

'보왕삼매론'은 중국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설파한 내용으로써,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10가지 금언으로 되어 있다.

그중에 첫 번째가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念身不求無病)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하셨다는 대목이다.

곧 죽은 나무에서도 싹이 돋는다는 사월이 될 것이고 만물이 연 녹색으로 소생하는 눈부신 계절이 올 것이다.

그러나 언제쯤 코로나가 물러나고 모든 사람이 생기를 되찾는 정녕 봄이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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