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에서 묵은 우리는 만추의 내장산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11월 중순 답지않게 포근한 날씨때문에 붉게 물든 단풍이 떨어지지 않고 기다려 줄것 같아서이다.
기대한 대로 내장사 가는 길은 농염한 여인처럼 붉은 물결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엷은 안개가 걷히자 빛까지 좋은 날씨여서 단풍잎은 어린아이 얼굴처럼 투명하게 비치고
물이 마른 계곡에는 떨어진 빨간 단풍잎들로 만추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젊은 여인들만 단풍놀이를 하고 가을의 정취를 즐기란 법이 없지 않은가.
머리가 하얀 어르신이 벤치에 앉아 가을을 음미하고 계시다.
절정을 치닫던 우화정의 추색도 점점 퇴색되고 늦가을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산기슭이 저무는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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