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의 가을
여름내 이어지던 불볕더위의 위세에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었는데,
어느새 어김없이 다가와서 황금벌판에 곡식을 영글게 하였다.
가을이면 갈대를 보고 싶어 찾게 되는 곳이 바다처럼 넓은 순천만 습지인데,
갈대보다 눈길을 끈 것은 광활한 벌판에 그려진 자연의 추상화이다.
마치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붉은 색과 여러 가지 색상이 어울려
갯벌에 만들어진 작품의 재료는 여러 가지 염생식물과 칠면초이다.
처음에는 초록색으로 자라다가 가을에 붉게 변하는 칠면초는,
칠면조처럼 색상이 바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소금기가 많은 갯벌에 산다.
칠면초는 염도가 높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염분을 높여
가을에는 붉은 색으로 변하며 그 속에 다량의 미네랄도 들어있다.
그래서 만성염증을 치료해주고 소염작용과 열을 내려주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어 여름내 건조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위로해 줄 수 있으리라.
자연과 인간이 공존 할 수 있는 곳, 갈대와 갯벌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는 가을의 습지에 가서 하루쯤 푹 빠지고 싶다.
한 향 순
2024년 10월호 <좋은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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