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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거센 파도가 있는 바다

by 아네모네(한향순) 2023. 8. 30.

 

거센 파도가 있는 바다

                                                                                                   한 향 순

 

일출을 맞는 아침의 바다에는 인적도 없이 파도소리 만 거세다.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늦여름의 바다는 성이 잔뜩 나 있었다.

  붉은 태양을 뒤로하고 거대한 바위섬을 향해 무작정 달려들던 파도는

  바위에 부딪쳐서 산산이 부서지고 까무러쳤다가는

  시퍼런 가슴을 안고 다시 무서운 기세로 달려든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라고 읊었던 시인처럼 나도 그저 답답할 뿐이다.

  몇 번의 거센 태풍이 더 지나야 성난 바다를 잠재울 수 있단 말인가.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저렇게 쓸쓸히 부서져 갈 파도처럼

  누구나 속절없이 외로운 삶을 알고 있지 않은가.

  쓰러지고 넘어졌다가도 파도처럼 달려들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정답이 없는 삶 속에서 얻은 지혜는 속단하지도 말고

  부딪치지 말고 그저 바다로 유유히 흘러가는 것일 게다.

 

 

 

                                                                                 2023년 9월호 < 좋은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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