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토에세이

스리미낙시 사원

by 아네모네(한향순) 2023. 4. 14.

 

남인도 스리 미낙시 사원

 

                                                                                                                                                                 한 향 순

 

바이가이강 주변에 위치한 도시 마두라이는 유럽 식민지 역사를 거치지 않은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고대 로마와 무역을 하며 경제를 키웠던 이 도시는 기원전 5세기부터 11세기까지 판드야 왕국의 수도였고,

16세기 중반에는 나야크 왕조의 수도로 성장해왔다.

이슬람 문화가 혼재된 북인도의 주요 도시나 영국 식민지 이후에 발달하게 된 첸나이와 달리,

마두라이는 인도 고유의 힌두 문화를 잘 지켜온 도시로 꼽힌다.

마두라이에는 북인도인보다는 검은 피부를 가진 주로 타밀족이 많다.

그들은 아직 문명의 이기에 물들지 않은 순박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웃으며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으면 거의 촬영을 거부하지 않았다.

마두라이 시내를 걷다보면 화려한 색감의 탑들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남인도 사원 건축의 극치를

엿볼 수 있는 스리 미낙시 사원이다.

 

 

                             

                  이 사원은 마두라이를 상징하는 곳으로 면적이 6ha에 이르고 6m 높이의 거대한 석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또 사방에 고푸람이 높이 솟아 있어 도시 어느 곳에서도 사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사원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방에 존재하는 고푸람을 지나가야 한다.

스리미낙시 사원은 북인도의 타지마할에 필적할 만한 건축물이다.

타지마할이 인도 사라센 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이라면

스리미낙시 사원은 드라비다 힌두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스리 미낙시 사원은 마두라이를 상징하는 곳이다미낙시가 그녀의 배우자 시바신에게 헌정한 사원이다.

 

 

                2500년전 사원이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지금의 형태는 1623년에서 1655년 사이 세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사원 전체가 화려한 색감의 문양과 조각으로 채워져 있다.

사원에는 사방으로 50m 높이의 고푸람들이 서있는데이 고푸람을 장식한 조각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악마를 새긴 조각이라는데 그 수가 무려 33000개에 달한다.

미낙시는 물고기 모양의 눈과 3개의 가슴을 가진 처녀의 이름이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히말라야에 사는 시바신으로 그를 만나야만 가슴 한 개가 사라질 거라는 예언을 듣고

히말라야로 가서 시바를 만난다. 바로 가슴 하나가 사라졌고 그 후 8년이 지나서 둘은 결혼했다고 한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밤마다 시바신은 미낙시 신의 방을 찾아 입방을 하고

아침이면 다시 본인의 신전으로 다시 돌아온다니 둘의 사랑은 영원불멸하게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탑 주변에도 차츰 어둠이 몰려오고 탑들은 어둠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어제 오후 사원에 입장을 하였으나 맨발에 출입 제한도 엄격하고 사원 안에서는 사진촬영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아쉬운 마음으로 눈으로만 볼 수밖에 없었다.

스리 미낙시 사원 근처에는 각지에서 모여든 젊은 수행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의상부터 특이한데다 거의 상의는 벗고 긴치마에 목걸이를 주렁주렁 달았다.

그들에게 종교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힌두교의 수행자를 가리켜 '사두'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힌두교의 성직자이다.

사두가 되려면 일단 사두학교를 나와야 한다. 학교 과정이 보통 4~6년 정도 된다.

이 기간에 온갖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한다. 점성학, 심리학, 민속의학, 수학, 철학, 천문학 등등을 공부한다.

사두학교를 졸업하면 그 다음에 기다리는 코스는 천하를 유랑하는 과정이 전부이다.

'일체 모든 것이 스승이다'라는 것이 힌두교의 교리이다. 사두는 죽을 때까지 세상을 돌아다닌다.

단 무소유(無所有) 상태로 유랑하여야 한다. 어린 아이까지 데리고 사원을 보려고

불원천리 달려온 수행자들이 사원 근처에는 허다하다.

우리 삶에 과연 종교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남인도 여행이었다.

 

 

                                                                               2023년 봄호 <여행문화>

'포토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센 파도가 있는 바다  (21) 2023.08.30
산수국의 숙명  (21) 2023.06.07
폐선  (21) 2023.03.22
섬으로 가는 길  (33) 2022.11.27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  (0) 2022.11.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