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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

by 아네모네(한향순) 2022. 11. 27.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

한 향 순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오랜 친구의 제안으로 프랑스 여행길에 올랐다.

친구는 삼심여년 전에 만난 글벗으로 지금까지도 내 옆에 가까이 있는 고마운 사람이다.

더구나 목적지가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던 예술의 도시 프로방스지역이라고 하니

반 고흐의 흔적을 직접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 마음이 설렜다.

프랑스의 로마로 불리는 아를은아비뇽과 함께 프로방스지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도시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이자 프랑스의 대표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아를의 여인

등장한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고흐는 1년간 아를에 머물면서 수많은 작품을 남길 정도로 이곳을 사랑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해바라기〉〈별이 빛나는 밤밤의 카페테라스 등의 대표작을 여기에서 탄생시켰다.

 

 

아를은 알프스로부터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론강을 끼고 발달한 강변도시로

1981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더구나 아름다운 강과 야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아 복잡하지도 않고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아를의 골목들은 유구한 역사를 지녔고, 잘 보존되어 있어 거리를 거닐다 보면

마치 고대 로마시대나 중세시대 등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를에는 로마시대의 유적지인 원형극장과 경기장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 원형경기장은 BC,1 세기에 지어졌다가 파괴된 것을 19세기에 발굴하여 복원한 것인데, 

구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의 일부는 로마시대에 쌓은 것도 있다.

이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고대 로마의 원형투기장은 아직도 투우 경기와 연극공연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로마시대의 극장을 발굴할 때 나온 〈아를의 비너스〉 등 많은 미술품들이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원형경기장 앞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가 많이 보인다.

상점에는 고흐관련 상품, 플라밍고 인형, 라벤더 제품이 눈에 많이 띄었다.

우리도 친구와 보라색 라벤더 인형을 하나씩 사서 지금까지 차안에 걸어두고 있다.

 

 

아를은 또한 빈센트 반 고흐가 가장 좋은 작품을 그리던 시기에 거주하던 곳이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서 포룸광장으로 나오면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의 배경인 카페가 보인다.

너무도 유명한 그림의 실제 배경이 바로 앞에 있다니 얼른 믿어지지 않았다.

고흐가 사랑했던 카페는 지금도 간판이 반 고흐 카페로 되어있고 모두 노란색으로 되어 있다.

고흐 하면 노란 해바라기가 연상되어선지 심지어 카페 주인의 의상도 노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아를에서 고흐 그림의 배경이 되었던 곳을 주로 돌아보았는데, 고흐는 고갱을 아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고갱이 반 고흐의 '노란 집'으로 이사를 왔다.

두 화가는 몇 주간 함께 작업을 했으나, 결국 사이가 악화되어 급기야는

반 고흐가 자신의 귓불을 자르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고갱은 다시 떠나갔고, 반 고흐는 병원에 입원했다. 1889년 반 고흐는 생 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찾아가, 그곳에서 1년간 머물면서 치료를 받았다.

 

 

그 와중에도 그는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심오한 정신적 의미가 담긴 표현주의적인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고, 또 병원 근처에 있던 작은 숲의 짙은 삼나무와 올리브 나무도 자주 그렸다.

그가 귀를 자르고 입원을 하고 있던 시립정신병원은 아픈 역사를 안고 지금은 문화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흐의 ‘아를 요양원의 정원’의 실제 장소인 이곳은 이제는 병원이 아니라

카페, 전시회, 기념품 가게로 이용되고 있다.

 

 

 아를여행은 고흐의 발자취와 흔적을 찾은 순례나 마찬가지였다.

고흐가 매일 나와서 커피와 독주인 압생트를 마셨던 카페, 그리고 나중에 귀를 자르고 입원을 하였던

시립 정신병원 등 고흐의 비참했던 삶을 생각하며 그의 흔적들을 따라가 본 여행이었다.

어느덧 노란색 건물의 병원은 예쁜 꽃밭을 가꾸어 놓아 관광객들의 휴식처가 되었고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2022년 가을호 <여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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