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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터널 속에서

by 아네모네(한향순) 2024. 12. 12.

 

 

터널 속에서

 

  삶의 여정 중에 고통은 언제나 예고 없이 다가와 뒤통수를 친다.

  그럴 때마다 어리석은 인간은 방향감각도 상실하고

  캄캄한 터널에 빠져 길을 잃고 허우적거리기 일쑤이다.

  터널 속에 들어가 있을 동안에는 전혀 빛이 보이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서 상황을 똑바로 인지하고 자신을 내려놓아야

  겨우 가는 빛이 보이고 출구를 가늠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침착하게 출구를 따라 천천히 전진해야 한다.

  서두르거나 뛰어서는 출구까지 오기 전에 지쳐버리기에

  인내와 끈기를 가진 자 만이 탈출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던 수개월 동안,

  나는 캄캄한 터널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속앓이만 했다.

  그리고 재활치료를 하느라 힘들었던 긴 여름 내내,

  가느다란 빛을 찾아서 안간힘을 쓰던 길 잃은 미아였다.

 

  한 향 순: 수필가 사진작가 

 

 

                                                                            2024년  11월<좋은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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