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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기/중남미 여행

안데스 산맥을 넘어 칠레로.

by 아네모네(한향순) 2009. 8. 14.

 

 

 

 

비행기를 탄지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답답하여 옆의 창문을 여니 아래는 풀 한 포기 없는 끝없는 바위산이 펼쳐져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무심코 아래를 보고 있자니 하얀 눈이 쌓인 설산(雪山)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었는데 바로 그 거대한 안데스 산맥의 한 부분이었다.

 

 

 

더구나 그 높은 산맥의 중간쯤에는 놀랍게도 간혹 분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농사를 짓는 밭도 보이고 간간이 집 모양도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척박한 땅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는데 나중에 들으니 산악인들이 찾아 가는 안데스 마을이라고 했다.

 

 

 

 

아무튼 소문으로만 듣고 신비스럽게 생각하던 안데스 산맥을 넘어 2시간 20분 만에 칠레의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산티아고란 도시명은 칠레뿐 아니라 스페인과 쿠바에도 있고, 또 다른 곳에도 같은 지명이 있어 혼돈하기 쉽다고 했다.

 

라틴 아메리카는 브라질을 빼고는 거의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기에 도시 이름이나 광장이름도 비슷하였고 건축물이나 문화도 스페인풍의 도시들이 많았다.

 

칠레가 농산물 보호국가로 입국절차가 까다롭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인솔자의 별다른 지시가 없었기에 우리 일행은 준비 없이 입국절차를 밟았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리를 포함한 일행들이 밑반찬을 가져온 것이 문제가 되어 물건을 압수당한 것은 물론 벌금까지 물고 시간도 적지 않게 지연되었다.

 

우리 일행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아무 사전 예고도 없이 관광객에게 벌금까지 물리는 처사는 불합리하다고 항변했으나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전 정보가 부족했던 여행사와 우리의 불찰이었다.

 

어찌되었건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일행들의 기분마저 다운되어 관광을 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더는 시간을 끌 수가 없었다.

 

더구나 현지 가이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다. 한국인 2세인 그의 꿈은 모국인 한국에 한번 가보는 것이 소원인데

 

환율이 너무 올라 올해도 가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마포초 강( Rio Mapocho)이 동에서 서로 흐르며 가로지르고 있는 도시인 산티아고는 칠레인구의 약 3분의 1인 560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남미에서 4번째 큰 도시이다.

 

오늘 날씨가 흐리고 해발이 520미터라고 하더니 나른 나라보다는 기온이 좀 쌀쌀하였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선 비나 델 마르와 발파라이소를 가기로 했다.

 

버스는 교외를 거쳐 고속도로로 들어섰는데 주변의 분위기가 우리 중부고속도로와 비슷하다.

 

다만 호주에서 많이 본 <유카리투스> 나무가 눈에 많이 띤다. 시간이 지나자 양 옆으로 포도밭이 나타나더니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된다.

 

이 나라가 세계적인 포도와 와인의 산지임을 실감 나게 한다.

 

 

 

비나 델 마르(Vina del Mar)라는 이름 자체가 바다의 포도밭이라는 뜻이고 실제로 도시로 되기 전 그 땅이 포도밭이었다고 한다.

 

'비나 델 마르'는 산티아고 사람들이 주말이나 휴가를 보내기 위하여 모여드는 세련된 리조트 도시이고 '발파라이소'는 칠레 제1의 항구이자

 

급한 언덕 위에 작은 집들이 들어 찬 독특한 매력의 서민도시다.

 

칠레 국민들이 한번 살아보고 싶은 향수를 느낀다는 곳으로 산티아고까지 온 외국의 관광객이 칠레의 참다운 정서를 느끼고자 많이 찾아든다.

 

우리는 관광버스를 타고 언덕을 올라갔지만 개인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은 후니쿨라라고 불리는 전차 비슷한 것을 타고 오른다고 했다.

 

그런데 길가에 어찌나 개똥이 많이 있던지 우리는 개똥을 밟지 않기 위해 길만 보고 걸었다.

 

언덕 위에서 항구를 내려다보니 만에 가득히 들어찬 배들과 항구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토산품을 파는 가게들도 즐비하게 있었는데

 

칠레의 자존심을 뜻한다는 원주민 인형이 익살스런 모습으로 관광객의 이목을 끌었다.

 

우리도 원주민 인형 한 쌍을 사서 집어넣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한참을 달리다 하얀 이층집 앞에 멈추자 제주도의 돌하르방 모양의 돌이 서있는데 바로 모아이상이다.

 

모아이(Moai)상이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칠레 해안에서 3,800 km 떨어진 태평양 상의 고도 이스터(Easter) 섬에 있는 수수께끼의 거상을 말한다. 

 

1,000여개에 이르는 모아이상중 하나가 이 박물관의 뜰, 현관 옆에 전시되어 있다.

 

비바람을 견디고 어두운 밤, 반짝이는 별빛아래 수백 년을 묵묵히 서있던 높이 3m의 이 석상은 어쩌다 혼자 외로이 이곳에 서 있는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모아이상은 추억마저 떠나 버린 아득히 먼 세월을 응시하는지 멀고 먼 고향의 모습을 그려 보는지 휑하게 패인 동공은 먼 하늘을 향하고 있다.

 

미련하고 어수룩한 풍모에는 일체 만상을 포용한 너그러움이 있고 초연한 얼굴을 대하고 있노라면 울고 싶은 웃음인지 웃고 싶은 울음인지

 

 표현할 수 없는 원시적 그리움이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제주도의 돌하르방과 비슷한 것 같았다.

 

 

해가 서쪽으로 내려앉는 시간이 되어서야 우리는 산크리스토발 언덕을 찾았다.

 

산티아고에서는 제일 높은 곳으로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언덕이다.

 

올라가는 길목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 동상이 있었는데 그 옆에는 성모님과 어떤 여인이 안타깝게 쳐다보고 있었다.

 

언덕의 정상에는 거대한 성모마리아의 동상이 서있는데, 두 팔을 벌려 모든 이들을 안아주고픈 모습이었다.

 

칠레를 제대로 보기위해서는 한 나라에서 적어도 20일은 있어야 사막지대나 온천 지대도 볼 수 있고 제대로 관광을 즐길 수 있다며

 

다음에 다시 한 번 꼭 찾아 달라는 가이드의 부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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