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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뜨겁고 건조한 죽음의 땅

by 아네모네(한향순) 2014. 1. 24.

 

                                                     

 

뜨겁고 건조한 죽음의 땅  데스밸리

                                                                                                                          한 향 순

 

국립공원에 들어서자 땅은 뜨겁고 건조하였다. 이곳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라고 불리게 된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 금광을 찾아 이동하던 사람들이 유타 주에서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으려다 높은 기온과 척박한 지형 때문에 많이 죽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데스밸리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에 걸쳐있는 국립공원인데, 전체 길이가 220km이며 넓이는 무려 제주도의 7배에 달한다. 또한 해발이 -85m로 북미에서 가장 낮고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한때는 기온이 섭씨 56.7도까지 올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또한 일 년 중 강수량이 제일 적고 기온이 높아 여름에는 차량 출입을 제한할 만큼 위험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다행이 우리가 찾아간 2월은 겨울이라 고통스러운 더위는 없었다. 이른 새벽에 출발한 우리는 먼저 데스밸리의 대표적인 모래언덕 메스킷 샌듄을 찾았다. 데스밸리의 한가운데 있는 샌듄은 황량하고 처절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억겁의 세월동안 침식된 계곡은 물에 씻겨 모래를 만들고 바람은 모래를 실어 날랐다. 바람에 실려 온 모래들은 주변의 높은 산들 때문에 도망가지 못하고 쌓여서 고독한 모래 언덕을 만들었다.

동이 트기 전 분홍빛 여명이 샌듄을 비출 때 우리는 모래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무거운 촬영장비에 삼각대까지 들고 사막을 오르면서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이렇게 거친 사막을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덧 산위로 일출이 보이고 모래언덕에 기하학적인 곡선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빛을 받아 여체의 부드러운 곡선처럼 뻗은 사막의 아름다움이 힘들게 찾아온 여행자의 노고를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로 찾는 곳은 베드워터 베이슨이었다. 이곳은 바닷물이 증발한 자리에 남은 광활한 소금밭이 장관인 곳이다. 나쁜 물 (Bad Water)’이란 지명이 붙었을까 너무나 궁금했는데, 입구에 그 이유가 설명된 표지판이 있었다.

금광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떠난 사람들이 베드워터를 멀리서 보고 물이 흐르는 계곡인 줄 알고 한걸음에 달려왔으나, 그것은 물이 아니라 소금 사막이었다. 베드워터에는 아직도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남아 있는데, 그것은 먹을 수 없는 물이라 당시 이 물을 먹고 사망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우리도 멀리서 바라보니 하얗게 뻗어있는 모양이 영락없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같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역시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만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일행도 길게 뻗어있는 하얀 소금사막을 걸어보았다. 베드워터는 해발이 -85미터라고 하는데 처음엔 주위의 산에서 내려 온 물이 모여 호수가 되었던 곳에 가뭄이 들자 수분이 모두 증발해버리고 지금은 하얀 자국만이 남아 있다.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울퉁불퉁한 하얀 소금 결정체들이 남아 있고, 이 척박한 땅에서도 생명력이 강한 염생식물들이 더러 자라고 있었다.

황량하고 처절해서 더 아름다운 곳 데스밸리. 거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죽음의 계곡에서 나의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 좋은 수필 > 201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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